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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시정연설은 아전인수”…팩트체크로 반격 나선 한국당 싱크탱크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여의도연구원 발표

지난 22일 국회에서 실시된 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내놓은 촌평이다. 제목은 ‘文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팩트체크 5’다. 여연이 직접 문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가 한국당의 경제정책인 '민부론'에 대해 '민부론 팩트체크'한 것과 유사하다. 다만 민주당의 팩트체크가 실제론 기획재정부의 관료가 분석 문건을 토대로 이뤄져, 결국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료 공유 시 신중하지 못했던 점과 논란이 있었던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말이다.

여연은 문 대통령의 연설 후 통계청, 국회 예산정책처, 국제 신용평가사 등의 경제 전망 등을 모아 직접 반박 자료를 내놨다. 여연의 팩트체크를 보면, 먼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로 허점이나 오류를 짚는 방식을 취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지 않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문 대통령)
→이에 대해 여연은 “OECD 평균이 높은 것은 기축통화(국제간 결제나 금융거래에서 통용되는 통화)국들의 채무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달러)·일본(엔화) 등은 국가채무비율이 높아도 상관없는데, 여기에 한국의 원화를 비교하는 건 오류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은 비(非) 기축통화국 그룹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은 55%라고 반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가채무비율은 9년 후인 2028년에 56.7%가 된다.

②“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해서 17위·15위·13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여연은 “성장잠재력 향상에 절실한 노동시장과 기업 활력 경쟁력 부문의 취약성은 언급조차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인용한 WEF의 같은 보고서에는 우리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51위, 기업 활력 부문 역시 3단계 내려간 25위 기록이 있다. 특히 여연은 “노사관계에서의 협력 순위는 130위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말했다.

③“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연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중국보다 높아진 시점은 이전 정부”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가신용등급에서 한국이 일본을 사상 처음 추월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피치)이었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때, 신용등급 A급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등급이 상향되면서 역전했다. 한때 신용등급을 추월당했던 중국에도 이 시기 다시 앞섰다. 여연은 “현재 무디스와 S&P 등은 우리 기업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④“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여연은 우선 “문 정부는 조사방식 변경을 이유로 2018년 소득지표 통계를 이전과 비교하는 것은 오류라고 변명해왔다”며 “이 논리대로라면 2018년과 2019년 통계만이 비교 가능한데, 이제 와서 5년 내 최고 증가율을 언급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서 소득분배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23으로 같은 분기 기준 2008년(5.24)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자, 청와대는 기존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동시에 ‘가계동향조사 표본 오류설’을 주장했다. 2016년까진 8700개였던 표본이 2017년 5500개로 줄었다가 2018년엔 8000개로 늘었으니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거였다.

전체가구 중 전년 동기 대비 근로소득, 이전소득(근로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가 아닌, 개인의 가계(家計)에 소득의 형태로 들어오는 수입. 곧, 공채 이자·연금 따위) 증가율. 이전소득이 근로소득 증가율의 3배 수준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체가구 중 전년 동기 대비 근로소득, 이전소득(근로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가 아닌, 개인의 가계(家計)에 소득의 형태로 들어오는 수입. 곧, 공채 이자·연금 따위) 증가율. 이전소득이 근로소득 증가율의 3배 수준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여연은 아울러 “정부지원 이전소득 증가율이 근로소득 증가율의 3배”라며 “근로소득보단 이전소득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인데, 이를 소득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⑤“올해 9월까지의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여연은 “고용률은 원래 위기 기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상승하기 때문에, 고용률은 사실상 매년 역대 최고일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문 정부 들어 상승 추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여연은 그 근거로 올해 1~9월 기준 고용률 증가율이 전년 대비 0.1%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준으로 2018년 고용률 증가율은 0.0% 포인트였다. 정체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대 1.1% 포인트 상승(2014년)한 적 있었다.

 1~9월 기준 전년 대비 고용률 증가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월 기준 전년 대비 고용률 증가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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