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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표현의 자유도 막는다 "SNS에 폭력시위 조장 글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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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에 이어 온라인상에서 언론ㆍ출판의 자유까지 제한하고 나섰다.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법원, 온라인에 폭력 조장글 올리면 처벌키로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 # 복면금지법 이어 시위대 반발 거세질 지 주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홍콩 법원이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온라인 이용자들의 폭력 선동 게시글을 금지하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법원이 긴급 청문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제한 범위는 정부의 질서 유지를 방해하거나 신체 부상, 재산에 대한 손상 의도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폭력을 암시하는 모든 표현이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러셀 콜먼 대법관은 구체적으로 LIHKG.com 홈페이지나 텔레그램 같은 온라인ㆍSNS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 곳에 다른 사람들의 폭력을 부추길 수 있는 글을 올리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LIHKG는 홍콩의 자유(Liberty in Hongkong)의 약자로, 시위대들이 시위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이다. 텔레그램 역시 개인 정보 보호가 철저해 시위대들이 경찰 집결 위치를 공유하는 등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SNS다.

LIHKG.com 홈페이지. LIHKG는 홍콩의 자유(Liberty in Hongkong)의 약자다. [LIHKG 홈페이지 캡쳐]

LIHKG.com 홈페이지. LIHKG는 홍콩의 자유(Liberty in Hongkong)의 약자다. [LIHKG 홈페이지 캡쳐]

SCMP에 따르면 콜먼 대법관은 이같은 조치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절대적은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언제나 균형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균형은 사회 안정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시위대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의 방향과 촬영 사진, 경찰 진압 관련 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캡쳐]

홍콩 시위대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의 방향과 촬영 사진, 경찰 진압 관련 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캡쳐]

지난 5일 정부의 복면 금지법 시행 이후, 홍콩에서 시위대의 폭력 행위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법 시행에 맞춰 경찰의 시위 진압 강도가 높아지면서 10대 학생들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는 등 피해가 잇따랐고, 경찰에 체포된 시위 참여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가 시진핑 주석의 얼굴에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쓴 플래카드를 붙였다. [로이터=연합]

일부 시위대가 시진핑 주석의 얼굴에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쓴 플래카드를 붙였다. [로이터=연합]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는 홍콩 정부의 초강수가 최근 잦아드는 듯 했던 홍콩 시위에 다시 불을 붙이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홍콩 법원이 온라인 게시글을 문제 삼긴 쉽지 않을 것이란 현지 의견도 있다. 홍콩 SNS에선 이번 법원 조치에 대해 “누가 썼는지 경찰이 찾아낼 수 있나”며 사법당국을 야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텔레그램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이 모두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법원의 정식 청문회는 15일 열린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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