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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315명과 '한끼 4100만원' 식사로 152억 모은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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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2020 하원 탈환' 만찬 모금 행사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공화당 의원들과 포즈를 취했다.[스티브 스칼리스 원내총무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2020 하원 탈환' 만찬 모금 행사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공화당 의원들과 포즈를 취했다.[스티브 스칼리스 원내총무 트위터]

트럼프 29일 트럼프 호텔서 '2020 하원 탈환' 비공개 만찬 모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향해 “공화당을 파괴하려 온갖 노력을 하지만 우리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2020년 많은 의석을 잃을 것이고, 죽기만 바라고 있다”고 약을 올리는 트위터를 한 게 전부다. 그러곤 오후 6시 38분 백악관에서 850m 떨어진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로 향했다. ‘2020 하원 탈환’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거였다.

[미국 대선기획 下] 탄핵 위기에 돈·사람 몰린다 #참석 기업인 "민주당 사회주의 국가 만들려 하나" #트럼프 "펠로시 완전 은퇴시키기 위해 하원 탈환" #USA투데이 30일 트럼프 41%-민주후보 39% 혼전

네 시간여 동안 열린 비공개 행사엔 전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최대 큰 손 후원자 315명만 참석했다. 1인당 저녁 식사 티켓 한장이 최소 3만 5000달러(약 4100만원)에 팔렸다. 주최자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측은 이번 행사로 1300만 달러(약 152억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끼에 큰돈을 내는 걸까.

29일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공화당 모금 행사에서 한 끼 3만 5000달러(4100만원), 1300만 달러(152억원)를 모금했다. 왼쪽부터 참석자인 셰인 기드리 하비 걸프머린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 스티브 올랜도 앨리슨 머린 회장. 정효식 특파원

29일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공화당 모금 행사에서 한 끼 3만 5000달러(4100만원), 1300만 달러(152억원)를 모금했다. 왼쪽부터 참석자인 셰인 기드리 하비 걸프머린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 스티브 올랜도 앨리슨 머린 회장. 정효식 특파원

행사 직전 호텔 로비에서 만난 스티브 올랜도는 루이지애나의 석유ㆍ가스 시추업체 앨리슨 머린의 회장이다. 그는 “트럼프는 친(親)기업적이고 에너지 산업의 규제를 해제해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고 열심히 일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민주당은 비용이 얼마나 들던, 감당할 수 있든 없던 모든 걸 공짜로 주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실력으로,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주자들의 탄소 배출 제로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다.

루이지애나 법무 "민주당은 시끄럽기만 한 만년 실패자들"

제프 랜드리는 현직 루이지애나주 정부법무부 장관으로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미국을 정말 위대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분명하고 간단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그들은 단지 시끄러울 뿐 끊임없이 실패만하는 사람들”이라며 “트럼프의 승리로 다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앨라배마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샌디 해머도 “민주당은 사회주의 공화국을 만들려는 건지 너무 왼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의 대다수는 자유를 위해 미국에 왔기 때문에 다시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것이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했다.

20대 후원자 애덤은 “트럼프 지지자 대부분은 민주당이 말만 하고 무언가를 계속 꾸며내고 있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며 “우리는 비난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실을 그대로 밝히되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청부를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 게 트럼프ㆍ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불렀고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올해 1~3분기 3597억원 모금, 오바마 재선 때 두 배 

트럼프 대통령 캠페인 본부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3분기에 1억 2570만 달러를 모금한 것을 포함해 올해 1~9월 전체로는 3억 800만 달러(3597억원)를 모금했다. 은행에 넣은 둔 현금 보유액만 1억 5600만 달러(1822억원). 선거자금 모금액으로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의 두 배 규모다. 민주당 주자 중 모금 1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4배가 넘고, 3분기엔 선거자금 수지에서 190만 달러 적자가 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는 연간 모금액은 8배, 현금 보유는 17배에 이른다.

미국 대선 선거자금 모금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대선 선거자금 모금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트럼프 대선 캠프는 지난 27일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성과를 홍보하며, 온라인 모금까지 함께 하는 일석이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 최고 사령관의 용맹한 리더십 아래 급진 IS 수장이 사망했다. 미국과 나머지 세계에 위대한 날”“대통령이 급진 테러 지도자를 정의의 심판을 받게 했다. 그는 미국을 계속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며 e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35달러에서 2800달러까지 기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공화당 모금 만찬에선 알바그다디에 이어 IS 대변인 아부 하산알무하지르 제거를 자랑하며 “공격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강력했던지 그가 타고 있던 트럭 바퀴가 6마일(10㎞) 밖까지 날아갔다”고 농담했다고 참석자를 인용해 NBC방송이 30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낸시(펠로시)를 완전히 은퇴시키기 위해 하원을 되찾아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에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대신 “매카시 원내대표를 후임 의장으로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강인하며 충직하고, 똑똑하다”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탄핵 조사 이후 유세 연일 2만~3만명 군중 몰려 

민주당의 탄핵 조사 이후 트럼프에게 돈만 몰리는 건 아니다. 10월 10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11일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17일 텍사스 댈러스 유세까지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는 군중은 더 늘고 있다. 매번 경기장 수용 능력을 넘어 2만~3만명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자들은 주로 소도시 타운홀 유세에 집중하다 보니 2만 군중을 동원한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9월 16일 뉴욕 유세와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지난 1월 지역구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정식 때 2만명이 참석했다.

30일 공개된 USA투데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민주당 주자와 대결에서 41%대 39%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거꾸로 41%-39%로 트럼프를 앞섰었다. 공화당 지지자의 86%가 트럼프의 당선을, 민주당 지지자 75%는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자신감이 더 크다는 뜻이다. 최근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분석처럼 내년 미국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현역 대통령인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리트먼 "경제가 전부 아냐…트럼프 너무 좁은 지지층에만 호소" 

앨런 리트먼 교수의 백악관을 가는 13가지 열쇠. 그래픽=신재민 기자

앨런 리트먼 교수의 백악관을 가는 13가지 열쇠.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사학자 앨런 리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백악관을 가는 열쇠들』의 저자로 2016년 자신의 13개 열쇠 척도로 집권당 후보인 힐러리 패배,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다. 리트먼 교수는 중앙일보에 ”경제는 집권당 재선 성공을 위한 13개의 열쇠 중 두 개(선거운동 기간이 불황이 아니어야 하고 실질 성장률이 전임자 8년 평균 이상)일 뿐“이라며 ”재선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 호황이던 1968년과 2000년 대선에선 집권 민주당이 각각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 패배했다. 트럼프의 경우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었고, 탄핵 스캔들을 맞고 있으며, 외교정책 성패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는 게 이유다. 리트먼 교수는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카리스마도 없고, 지나치게 협소한 지지층에만 호소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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