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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현직 대통령의 조용한 母 장례…역시 文 답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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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별세한 모친 강한옥 여사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안도현 시인이 “역시 문재인답다”는 글을 남겼다.

안 시인은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현직 대통령이 어머니의 장례를 조용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고 조문과 조화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조문을 가지 못한 분들은 다소 서운하겠지만 그의 고뇌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권력은 이렇게 간결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안 시인은 트위터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 관계가 각별했던 강 여사와 문 대통령의 일화를 전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1950년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대규모 철수 작전이 개시되자 문재인의 아버지 문용형은 가족과 함께 메러디스 빅토리아호 화물칸에 몸을 싣고 가까스로 피난길에 올랐다. 그의 가족이 경상남도 거제 부두에 도착한 것은 그해의 크리스마스 날”이라며 “문재인의 아버지 문용형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노무자로 생계를 이어갔고 어머니 강한옥은 거제도에서 어린 문재인을 업은 채 노점을 하거나 계란판을 힘겹게 머리에 이고 부산에까지 가서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장사 실패 이후 그의 어머니는 옷가지를 시장 좌판에 내다 팔았고, 작은 구멍가게를 열었고, 연탄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문재인은 손과 얼굴에 검댕을 묻히는 연탄배달이 창피했지만 어머니를 돕기 위해 연탄 리어카를 끌었다”고 덧붙였다.

안 시인은 문 대통령이 경희대 총학생회 총무부장 시절 학생 운동을 하다가 구속됐을 때 검찰로 호송되는 아들을 보기 위해 부산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강 여사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로 이송되는 날, 그가 타고 있는 호송버스 뒤를 어머니가 달려오고 있었다. 혹시나 아들과 눈이라도 맞추고 싶어 부산에서 올라온 그의 어머니는 그날도 결국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그날 문재인은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애초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 채 차분하게 가족과 장례를 치르고자 했으나 정계와 정부 관계자 등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자 야당 대표와 7대 종단 관계자 등 일부 조문객의 조문을 받았다. 31일 진행되는 장례미사를 비롯한 모든 일정은 예정대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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