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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군용기, KADIZ서 77분간 비행···진입 전 이례적 사전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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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용기가 29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측 교신에 응했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KADIZ 진입 전 교신에 응답하면서 KADIZ 진입을 사전에 알렸다는 의미가 된다.

29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진입한 중국 군용기로 주정되는 Y-9JB. [사진 일본항공자위대]

29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진입한 중국 군용기로 주정되는 Y-9JB. [사진 일본항공자위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7분쯤 Y-9 정찰기로 추정하는 중국 군용기 1대가 서해 제주도 서방에서 KADIZ로 진입해 오전 9시 31분 이어도 동방에서 이탈했다. 이 군용기는 이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비행하다 역 경로로 낮 12시 25분 KADIZ에 재진입해 오후 1시 8분 최종적으로 벗어났다. 공군은 중국 군용기가 KADIZ 인근에 나타나자 영공 침범에 대비해 KF-16 등 여러 대의 공군 전투기를 투입한 뒤 감시비행을 펼쳤다. 중국 군용기는 이날 KADIZ와 중국항공식별구역(CADIZ)이 겹치는 상공을 포함해 KADIZ 안에서 1시간1 7분가량 비행했다.

중국의 이번 KADIZ 진입에서 눈에 띄는 건 통보 개념이다. 올해 20차례 이상 KADIZ를 진입한 중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군 당국의 경고통신에 답했다. 합참 관계자는 “중국이 KADIZ 진입 이후에 (KADIZ 진입 사실을) 통보를 한 적은 있지만, KADIZ 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 군의 통신에 (진입) 응답을 한 건 처음”이라며 “자발적인 사전 통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식별 과정에서 진입 전에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군사적 신뢰 문제이기 때문에 교신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한중 직통망으로 교신했고, 상대로부터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한·중 간에는 공군의 제1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북부전구 간 직통전화가 설치돼 운용 중이다. 양국은 우리측 제2MCRC와 중국 동부전구 간 직통전화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을 협의 중이다.

군 안팎에선 중국의 이례적 응답을 다양한 상황 대비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중국이 정찰기 1대를 띄워 KADIZ는 물론 JADIZ와 CADIZ를 옮겨가면서 우리 군의 통신에 응한 건 주변국들의 대응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이날 중국의 대응이 최근 한·중 양국 국방당국 간 대화가 재개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1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샤오위안밍(邵元明) 중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중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단된 국방전략대화를 5년 만에 다시 개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응답으로 한·중 군사 관계가 정상적으로 복원됐다고 보기엔 판단이 이르다”며 “변화된 관계에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중국 측이 알아보려 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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