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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인감도 스마트폰에 담는다…분실·교체 때 안전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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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금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신분증 대신 스마트폰에 주요 정보를 내장하는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된다. 주민등록 등·초본 같은 증명서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열어 쓸 수도 있다.

“정부가 개인 사생활을 손금 보듯” vs #“신기술 도입으로 원천 차단 가능”

정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내놨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부터 공무원은 ‘모바일 신분증’ 도입  

이날 정부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분증과 각종 증명서를 스마트폰에 담아두고 손쉽게 쓰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모바일 신분증이 기존 플라스틱 카드보다 위·변조나 도용이 어렵고,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통해 “우선 공무원증과 같이 이용 대상이 명확한 분야부터 청소년증·학생증 등으로 단계적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내년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범 도입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에 행정 증명서류도 들어온다. 올해 말부터 스마트폰 안에 주민등록 등·초본을 ‘전자지갑’ 형태로 저장해 뒀다가 관공서나 은행 등에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내년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100종, 2021년에는 인감증명서 등 300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벌써 나온다. 모바일 신분증이나 증명서 저장·제출은 편의성은 높일 수 있으나 스마트폰 분실·교체 때 정보 유실이나 도용, 위·변조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 같은 이슈 때문에 그동안 한 장의 카드에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건강보험증 등 각종 증명서를 담지 않았다. 국내 대형 통신사 관계자는 “기술적인 구현은 어렵지 않지만 사생활 침해와 정부의 통제 강화에 이용될 우려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쓸지, 말지 선택권 국민에게 있어야”

전자주민증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도 겪었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1996년 경기도 과천·제주도 등에서 전자주민카드를 시범 발급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을 하나의 카드로 통합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전자주민카드’라고 강조했지만 시민단체·종교계·법조계 등에선 “정부가 병원 진료기록부터 교통법규 위반 등 세세한 개인정보를 손금 보듯 하는 것이다. 한 장의 카드에 담으면 개인은 감옥에 갇혀사는 셈”이라며 극력 저지했다. 여기에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위·변조 우려 끝에 김대중 정부에서 백지화됐다.

행안부는 “신기술이 개발돼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승인 행안부 정보기반보호정책과장은 “정보를 공개하고 조회하는 것은 무엇보다 본인의 판단이자 권리이며, 정부가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등 신기술을 통해 안전성,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지문이나 비밀번호 인식을 통해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정부 전문가인 정충식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택권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시스템의 안전성을 전제로 원하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쓰지 않도록 행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종인 차관은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된다고 해서 그것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신분증도 국민이 원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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