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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굿둑 열어 낙동강에 바닷물…상수원·지하수엔 염분 안 닿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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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51분 개방한 낙동강 하굿둑 수문. 송봉근 기자

지난 9월 17일 51분 개방한 낙동강 하굿둑 수문. 송봉근 기자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낙동강 하굿둑을 시험 개방했던 환경부가 "개방 실험에서 해수로 인한 지하수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낙동강 하류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낙동강 하굿둑은 그 동안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문제가 제기돼 환경단체 등에서 개방을 요구했으나, 농민들은 지하수 염분 피해를 우려해 반발해왔다.

29일 환경부는 지난 6월 6일과 9월 17일 낙동강 하구둑 수문 1곳을 각각 38분, 51분씩 개방한  '낙동강 하굿둑 단기 개방 실증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실험은 낙동강 하구 바닷물‧민물 교차지점의 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부‧해양수산부‧부산광역시‧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했다.
바닷물 유입 후 소금 성분(염분)이 얼마나 멀리 침투하는지, 강의 수질과 지하수에 대한 영향 등을 측정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염분 피해 없어" 

지난 9월 17일 2차 수문 개방 이후 유입된 바닷물의 이동 경로 모식도. 해수(빨간색)이 강바닥으로 내려앉아 역경사 지형을 타고 8.8km 상류까지 유입됐다. 상류에서 댐을 열어 물을 세 차례 흘려보낸 뒤에는 가장 깊은 7.5km 지점 외에는 대부분 씻겨내려갔다. [자료 환경부]

지난 9월 17일 2차 수문 개방 이후 유입된 바닷물의 이동 경로 모식도. 해수(빨간색)이 강바닥으로 내려앉아 역경사 지형을 타고 8.8km 상류까지 유입됐다. 상류에서 댐을 열어 물을 세 차례 흘려보낸 뒤에는 가장 깊은 7.5km 지점 외에는 대부분 씻겨내려갔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는 1차 실험 때는 64만톤, 2차 실험 때는 101만톤의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유입된 바닷물이 하천의 최저층에 가라앉아 상류로 침투하는 경향이 컸다”며 “하천의 표층과 중간층은 염분 변화가 크지 않았고, 가장 낮은 층에 얇게 고염분층이 형성돼 상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소금이 포함된 물은 민물보다 밀도가 높아 강바닥으로 가라앉는다. 6월에 진행된 1차 실험에서는 5psu(practical salinity unit, 염도 단위)의 고염분 층이 강바닥에 0.5~1m의 얇은 층을 형성해 상류로 이동했다.

9월 2차 실험에서 더 세밀하게 농도를 측정했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상류 7.5㎞까지는 갈수록 강바닥이 깊은 역경사 지형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라앉은 바닷물이 7.5㎞ 상류 지점까지는 하천 바닥을 타고 쉽게 이동했고, 최대 8.8㎞ 지점까지 도달했다.
염분농도는 배경농도(바닷물 유입 전 평소 강물의 염분농도)보다 2psu 높아졌다.

실험 전 예측한 '하굿둑 상류 8~9㎞까지 도달, 배경농도 대비 1psu 증가’와 비교하면, 거리는 비슷했고, 농도는 더 높게 나왔다.

바닷물 유입, 강물 더 맑아졌다

수문 개방 전인 9월 17일 오전 8시와 수문 개방 후 9월 18일 오후 5시의 탁도. [자료 환경부]

수문 개방 전인 9월 17일 오전 8시와 수문 개방 후 9월 18일 오후 5시의 탁도. [자료 환경부]

두 차례 실험 모두 1시간 미만 수문을 개방해, 수온·용존산소량·산성도·퇴적물구성 등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환경부 수생태보전과 관계자는 “일교차에 따른 수온 변화, 용존산소량 변화 등 평소와 똑같은 변화 양상을 보였고, 강바닥의 모래, 조개 등도 큰 이동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탁도는 크게 나아졌다.
환경부는 “하굿둑 상류 500m, 1㎞, 2㎞, 3㎞ 등 4개 지점 최저층에서 관측한 탁도 수치는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9월 17일 수문 개방 전 측정한 평균 탁도는 14.7 FTU(Formazin Trubidity Unit, 물이 흐린 정도를 나타낸 단위)에서 수문 개방 후 9월 18일 평균 7.8 FTU로 47% 낮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강물보다는 맑은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하굿둑 상류의 탁도를 크게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수생태보전과 류형관 사무관은 "다른 수치는 변화가 거의 없고, 실험 종료 하루가 지난 뒤에도 탁도가 낮아진 상태가 유지됐다"며 “일각에서 ‘낙동강 하굿둑이 문을 닫아 수질이 나빠졌다’는 주장했는데, 실제 하굿둑을 열었을 때 수질 개선 효과가 약간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 우려했던 "지하수 염분 유입" 관찰 안 돼

하굿둑 개방 실험 당시 염분농도 모식도. [자료 환경부]

하굿둑 개방 실험 당시 염분농도 모식도. [자료 환경부]

낙동강 하굿둑 상류 15㎞에는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저수문이, 28㎞에는 부산‧경남‧울산지역의 생활‧농업‧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물금‧매리‧원동 취수원이 있다.

환경부는 “1, 2차 실험 모두 하굿둑 상류 10㎞ 이내로 염분이 유입되도록 설계해, 대저수문과 취수원에는 염분이 침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 사무관은 “취수원과 대저수문 지역은 상시로 염도를 측정하는데, 지금까지도 염분 유입이 관찰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0.2psu 이상의 염분 농도 변화가 관찰된 지하수 관정은 5곳이다. 그러나 평상시 염분농도 범위 안의 변화라 환경부는 "해수유통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자료 환경부]

0.2psu 이상의 염분 농도 변화가 관찰된 지하수 관정은 5곳이다. 그러나 평상시 염분농도 범위 안의 변화라 환경부는 "해수유통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자료 환경부]

인근 농민들의 우려가 컸던 염분의 지하수 침투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단기간 해수유입으로 인한 지하수 침투 효과는 크지 않아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류 사무관은 "농민들이 ‘최저층으로 깔린 염분이 삼투압으로 지하수로 이동할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실험 종료 이후 2주에 한 번씩 계속해서 측정하고 있지만, 지하수로 이동하는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개방조차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1, 2차 실험 이후 농업 피해를 호소해온 농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하수 염분 유입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꾸준히 농도를 측정하며 관찰할 계획이다.

하굿둑 상류 25㎞ 범위 내 지하수 관측정 52곳 중 5개 관정에서 0.2psu 이상의 염분 변화가 관측됐으나, 환경부는 “평상시 변동 범위 내의 변화로, 수문 단기개방과의 관련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아직 단기실험일뿐… 해외에선 30년 걸리는 실험"

낙동강 하굿둑 주변 시설과 해수유입 거리. 하굿둑 개방은 농업용수, 식수를 책임지는 취수원이 연결된 문제라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료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주변 시설과 해수유입 거리. 하굿둑 개방은 농업용수, 식수를 책임지는 취수원이 연결된 문제라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료 부산시]

다만 아직은 1시간 미만으로 문을 연 ‘단기 실험’이라, 일각에서 주장하는 ‘완전 개방’까지는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는 ‘1시간 개방, 10㎞ 이내 유입’을 설계해 실험한 결과 ‘주요지점 염분 침투는 없었다’고 밝힌 상태다.
15㎞ 이상 상류에 위치한 주요 취수원에 대한 영향 평가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류 사무관은 “15㎞ 이상 넘어가면 서낙동강 쪽으로도 염분이 유입돼, 부산뿐 아니라 경남 농민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해수 차단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개방 수준을 확대해 실험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사무관은 “수문개방은 취수원 염분 등 문제가 복잡해, 해외에서도 수문개방까지 실험과 절차 등에 20~30년이 걸린다”며 “두 차례 단기 실험 결과는 그 다음 단계 실험을 설계하는 토대가 되긴 하지만, ‘완전히 열었을 경우’를 예측하기는 아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실험

환경부‧국토부 등 5개 기관은 2020년 하반기까지 계속해서 낙동강 하굿둑 지하수 염분 농도를 측정하고, 수문개방에 따른 영향을 관측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하굿둑 주변 지형자료와 두 차례 실험을 통해 정교화한 염분 침투 수치모형을 바탕으로 하굿둑 수문개방 때 하천으로 유입된 염분의 지하수 및 토양으로 이동 가능성을 예측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구성된 ‘낙동강 하굿둑 운영개선 및 생태복원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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