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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유튜브 인기 채널 비결은 고가 장비 아닌 나만의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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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밑천 없이 유튜브 시작하기
가히 ‘유튜브의, 유튜브를 위한, 유튜브에 의한’ 시대다. 최근 1년 새 유튜브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유튜브 같은 개인 방송으로 돈방석에 앉은 사례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등장하면서 유튜브에 도전해 보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장비 투자에만 집중했다가 정작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 애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포인트는 뭘까.

유튜버 재기에 도전하는 김태민씨가 집에서 영상을 찍고 있다.

유튜버 재기에 도전하는 김태민씨가 집에서 영상을 찍고 있다.

# 변호사 김태민(46·서울 잠실동)씨는 2015년 5월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고 800만원을 들여 카메라와 조명·마이크·거치대 등 장비를 샀다. 질 좋은 영상을 만들면 독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3년간 운영해도 구독자는 300여 명에서 멈췄다. 그는 중고 사이트를 통해 장비를 3분의 1 값에 팔아 치웠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로 성공한 사례를 접하면서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엔 장비에 돈을 투자하지 않되 장비 소지자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콘텐트로 시청자를 늘려가는 기획에 주력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들였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선 최근 유튜브 장비를 판다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상당수가 거의 새 제품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물을 내놨다고 하소연한다.

저렴한 개인 방송용 장비 많아

이연수씨가 그림을 그리며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연수씨가 그림을 그리며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한때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텅 빈 상가가 많던 서울 용산전자상가는 요즘 개인 방송 장비를 판매하는 상가로 다시 가득 차고 있다. 각종 전자제품이 즐비한 용산전자랜드엔 최근 1년 새 눈에 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카메라·조명 전문점 진열대마다 스마트폰 거치대와 손바닥만 한 조명·마이크가 하나의 몸체로 조립된 이른바 유튜브 장비 풀세트가 전시된 것이다. 한 세트당 7만원 정도다.

이곳에서 카메라 용품을 파는 박모씨는 “개인 방송을 시작하려고 매장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이런 풀세트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나하나 따로 알아보는 불편 없이 방송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다. 비용은 카메라·마이크·조명 등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전문가 수준으로 구비하려면 1000만원도 넘는다.

하지만 장비에 돈을 많이 썼다고 해서 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끄는 건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연 지 11개월 만에 구독자 27만7000여 명을 확보한 채널 ‘이연’의 운영자 이연수(27·서울 삼선동)씨가 지금까지 촬영 장비에 투자한 건 고작 2만원대 거치대뿐이다. 책상용 스탠드가 그에게는 조명이다. 이씨는 “고가의 장비를 마련하는 것보다 자신이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콘텐트부터 정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유튜브에 투자할 비용은 오로지 유튜브를 통해 번 돈으로 책정한다는 생각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서 벌어 유튜브에 투자”

최근엔 유튜브 콘텐트 중에서도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이 약진하는 추세다. 반면 민감한 소재를 다룬 채널엔 ‘노란 딱지’가 붙는데, 이 경우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권은진 유튜브 파트너십 매니저는 “고가의 장비나 뛰어난 편집 효과가 없더라도 박수를 보내는 시청자가 바로 유튜브의 시청자”라며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100억원 대작 1편보다 시청자가 매일 찾아오는 소소하고 유용한 1만원짜리 시리즈 100편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치 편집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브이로그를 그 한 예로 꼽으면서 “채널을 개설하기 전에 ‘내가 가진 매력’과 ‘남이 흉내 내기 어려운 나만의 이야기’를 먼저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글=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유튜버 김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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