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카가 방위청 장관 총리 후보로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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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9월 20일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21일 공식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내 파벌들이 연대해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62.사진) 방위청 장관을 새 총리 후보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51) 관방장관과 후쿠다 전 장관의 대결로 여겨지던 차기 총리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후쿠다 전 장관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아베 관방장관에 이어 2위를 달려왔다. 16일 70세 생일을 보낸 후쿠다 전 장관은 이날 밤 "난 나이가 들었다. 연령 문제가 가장 크다.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로는 세대교체의 흐름을 뒤집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쇼와(昭和) 전 일왕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合祀)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사실이 20일 밝혀지면서 후쿠다의 불출마 선언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그는 이 문제가 일본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비화하자 이날 "이런 문제가 쟁점이 돼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는 아베 장관과, 같은 '모리(森)파'이면서도 야스쿠니를 대체할 새로운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주장하는 자신과의 입장 차이가 부각될 경우 파벌이나 일본 정부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두 정치 가문의 오랜 인연도 불출마 선언에 이르게 된 하나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후쿠다 전 장관은 "총재 선거에서 아베 장관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책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로써 아베 장관이 차기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아베-후쿠다'의 대결이 무산되면서 그동안 후쿠다 전 장관을 옹립하려던 제2대 계파인 쓰시마(津島)파(옛 하시모토파)가 야마사키(山崎)파 등 다른 파벌들과 대연합해 쓰시마파의 누카가 방위청 장관을 아베 장관에 맞서는 새 후보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연합이 성사가 될 경우 아베 장관에게 대등하게 맞서는 맞대결이 될 공산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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