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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중학생들이 친구 폭행… 동영상도 찍어 SNS 공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에서 중학생들이 친구를 집단으로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6월 대전에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의 모습. 학부모는 가해 학생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 학부모]

지난 6월 대전에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의 모습. 학부모는 가해 학생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 학부모]

23일 대전시교육청과 대전 대덕경찰서 등에 따르면 대전시 대덕구 A중학교에 다니는 B군(14)의 아버지는 이달 초 자기 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C군(15) 등 12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학생 부모 "가해학생 처벌해달라" 경찰에 신고 #해당 학교, 학폭위 열고 관련 학생 교육 등 징계처분 #대전시교육청 "학교와 협의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

B군의 아버지는 지난 6월 말 C군 등이 자신이 없는 사이 아파트로 찾아와 아들을 상대로 신체적·언어적으로 폭력을 가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일부는 직접 폭행에 가담했고 일부는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영상을 공유했다고 한다.

C군 등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일부 학생이 B군을 침대 위에서 때리고 목을 조르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주먹으로 팔과 다리 등을 집중적으로 때리는 장면도 촬영됐다. B군은 또래보다 왜소해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게 아버지의 주장이다.

B군 아버지의 신고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중학교는 7월 중순 ‘공동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C군 등에 대해 교내봉사(3~5일)와 특별교육(3~5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가담 정도가 심한 학생은 반을 교체하도록 조치했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도 특별교육(3시간)을 받게 했다. 위원회에서 학생들은 “서로 장난을 쳤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병원에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어깨와 팔, 다리 등에 멍이 들었고 의료진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B군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생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아들이 친구들에게 금품을 빼앗은 사실을 알게 되자 가해 학생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가해 학생들을 “친구”라고 두둔하던 아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학생들은 B군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대전에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의 모습. 학부모는 가해 학생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 학부모]

지난 6월 대전에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의 모습. 학부모는 가해 학생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 학부모]

B군 아버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아이들을 신고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몇 번이나 타이르고 훈계도 했지만,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학생들의 금품 갈취 소식을 접수한 학교 측은 B군이 안정되는 대로 공동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사건으로 중복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금품을 빼앗은 게 확인되면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A중학교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는 B군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 안정된 뒤 조사와 위원회 개최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다.

대전시교육청은 22일 오전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를 A중학교에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학교 측과 협의를 거쳐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지난 7월 이미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사안으로 추가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며 “A군에 대해서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발생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 사건에 대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대전시교육청. [중앙포토]

지난 6월 발생한 친구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중학생 사건에 대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대전시교육청. [중앙포토]

경찰은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관련된 학생은 학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조사하기로 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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