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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졸았다" 갓길 인부 3명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 입건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전 11시 58분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 방향 136.6k 지점에서 21t 트럭이 작업중이던 1t트럭을 받아 또다른 1t트럭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고속도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11시 58분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 방향 136.6k 지점에서 21t 트럭이 작업중이던 1t트럭을 받아 또다른 1t트럭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고속도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해 갓길에서 풀을 베던 인부 3명을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가 불구속 입건됐다.

21일 중부내륙고속도로서 졸음운전 사고로 #21t 트럭에 받힌 1t트럭, 미끄러지듯 붕 떠 #인근서 풀 베기 하던 인부 3명 덮쳐 사망 #경찰 "안전 규정 준수했는지도 확인 중"

경북 상주경찰서는 30대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21t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A씨는 전날인 21일 졸음운전을 하다가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진 1t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인근에서 일하던 인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1시 58분쯤 경북 상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 136.6㎞ 지점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다 갓길에 세워진 ‘작업 중’표시를 단 1t 트럭(싸인카)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t 트럭이 앞에 서 있던 또 다른 작업차량을 잇따라 추돌했고, 앞뒤로 충격이 가해진 트럭이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면서 갓길 옆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근로자 이모(72)씨, 임모(73)씨와 김모(53)씨 등 3명을 덮쳤다. 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인부들은 모두 조경업체 직원들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삭초(풀 베기) 및 잡목 제거 작업을 조경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날 작업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4명이었고 점심을 먹기 위해 철수하던 중 3명이 사고를 당했다. 다른 인부 1명은 당시 비교적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이어서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 A씨는 사고 후 별다른 외상을 입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 “순간 졸았다. 갓길에 세워진 1t트럭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조사한 결과 음주 운전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58분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 방향 136.6k 지점에서 1t 화물트럭 2대와 21t 트럭이 잇따라 추돌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21t 트럭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11시 58분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 방향 136.6k 지점에서 1t 화물트럭 2대와 21t 트럭이 잇따라 추돌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21t 트럭 모습. [연합뉴스]

졸음 운전 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임모(47)씨는 서울에서 경북 김천의 한 장례식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경찰이 유족임을 확인하고 임씨에게 사고 현장 사진을 건넸지만, 임씨는 차마 사진을 보지 못한 채 고개만 떨궜다. 졸음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임씨는 “조금만 쉬었다 가시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의 고모는 “성실했던 내 남동생이 말도 안 되는 사고로 허망하게 갔다”며 가슴을 쳤다.

유족들은 당시 작업 안전 규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사고로 숨진 임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30여년간 풀 베게 작업을 했지만 한 번도 관련 사고로 다친 적이 없었다”며 “싸인카인 트럭이 인부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기에 인부들을 덮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와 경찰 등은 22일 현장검증을 통해 당시 작업 현장 안전 규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싸인카의 정확한 위치와 사고 경위를 확인한 뒤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작업할 때 안전규정이 준수 됐는지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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