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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춘천에 사람이 몰린다…상상이 현실 되는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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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0월 12일 토요일 강원도 춘천 의암호를 감싼 둥근 야외무대는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다. 약 2800여 명의 인파로 꽉 찬 관객석은 약간 쌀쌀했던 호숫가의 가을밤을 뜨겁게 달궜다. ‘2019 상상실현 페스티벌’ 현장이다.

춘천 '2019 상상실현 페스티벌' #가을밤 수놓은 예술·낭만의 향연 #젊은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도

지난 10월 12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2019 상상실현 페스티벌'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 KT&G]

지난 10월 12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2019 상상실현 페스티벌'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 KT&G]

믿고 가는 페스티벌

올해 8회째를 맞는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KT&G가 사회공헌 활동 목적으로 개최하는 문화축제다. 2012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처음 열린 후, 2014년 춘천 상상마당 개관 후부터 매년 가을밤이 깊어지는 10월이면 춘천의 밤을 밝힌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일명 믿고 가는 공연이다. 티켓은 8월부터 판매를 시작하는데 10분도 안 돼 매진된다. 티켓 오픈 시점에는 어떤 뮤지션이 참석하는지 공개되지 않는데도 매진이다. 매년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젠 ‘믿고’ 예매하는 공연이 됐다. 지난해에는 국카스텐·장기하와얼굴들·카더가든·잔나비 등이, 올해는 잔나비·크러쉬·카더가든·오존·짙은·설·양반들 등이 참여했다. 3만원이라는 저렴한 티켓 값도 공연 인기에 한몫한다.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춘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음악 축제로도 정평이 높다. 이번에도 탁 트인 의암호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우러진 야외 공연장은 청명한 춘천의 가을 풍경을 업고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밴드 사운드의 음악은 강렬해졌고, 분위기는 고조됐으며, 환호 소리는 커졌다. 마지막 무대에 ‘잔나비’가 서자 페스티벌은 절정에 이르렀다. 보컬 최정훈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의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어갔다.

화려한 뮤지션 라인업을 자랑하는 '상상실현 페스티벌.' 올해는 '잔나비'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압도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사진 KT&G]

화려한 뮤지션 라인업을 자랑하는 '상상실현 페스티벌.' 올해는 '잔나비'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압도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사진 KT&G]

유명 기성 뮤지션뿐 아니라 올해는 KT&G 상상마당의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 ‘2019 밴드 디스커버리’에서 TOP 2로 선정된 버둥·프롬올투휴먼 등도 참가했다. 이들이 공연하는 실내 공연장 ‘사운드 홀’의 450여 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의암호 앞 너른 잔디밭에는 작은 수변 무대도 꾸며져 신인 뮤지션들을 보러 온 관객을 맞았다.

실내 공연장에서도 공연은 이어진다. 수준급 사운드를 자랑하는 '사운드 홀'에는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 '2019밴드 디스커버리'에서 TOP2에 오른 버둥, 프롬올투휴먼이 등장했다.

실내 공연장에서도 공연은 이어진다. 수준급 사운드를 자랑하는 '사운드 홀'에는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 '2019밴드 디스커버리'에서 TOP2에 오른 버둥, 프롬올투휴먼이 등장했다.

호반장, 야외 조각전 등 볼거리 풍성

춘천 의암호를 끼고 펼쳐진 너른 풀밭에선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렸다. 입장권이 없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주말 나들이를 온 춘천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입장권 없이도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야외 행사도 열렸다.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부스에 참석한 시민들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사진 KT&G]

입장권 없이도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야외 행사도 열렸다.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부스에 참석한 시민들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사진 KT&G]

풀밭 가장자리에는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부스가 자리 잡았다. 오후 5시부터 열리는 메인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른 오후부터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가을볕을 만끽하는 등 완연한 춘천의 가을을 즐겼다. 청년들의 고민 상담을 해준 건강식품 전문몰 ‘정몰’의 ‘무엇이든 정몰보살’, 타투와 트윙클 붙임머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뷰티 파우더룸’, 사진 촬영 서비스를 해준 ‘인생 사진관’ 등의 부스 등은 긴 줄이 설만큼 사람들이 몰렸다.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취지에 맞게, 이번 '상상실현 페스티벌'에서는 청년 미술학도들의 조각전이 열렸다. [사진 KT&G]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취지에 맞게, 이번 '상상실현 페스티벌'에서는 청년 미술학도들의 조각전이 열렸다. [사진 KT&G]

‘복합문화예술 페스티벌’이라는 이름답게 야외 조각전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마당과 건물 실내를 비롯해 상상마당 곳곳에 눈에 띄는 설치물이 배치됐다.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온 KT&G 상상마당은 비주류, 인디 예술을 지향한다. 이번 야외 조각전에 청년 미술학도들을 초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땅한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꺼이 공간을 내주고 작품을 전시하도록 했다.

예술이 머무는 곳

KT&G 상상마당은 국내 대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자 문화 브랜드다. 서울 홍대·대치, 충남 논산, 강원 춘천 등이 문을 열고 창작자와 대중이 만나는 소통의 장을 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산 서면에도 오픈 예정이다.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로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대중과 소통한다는 취지는 같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지니는 게 특징이다. 그 중 KT&G 상상마당 춘천은 의암호 수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춘천시어린이회관, 강원체육회관을 리모델링해 아트(art·예술)와 스테이(stay·숙박)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수준급 녹음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실제로 녹음 작업을 하기 위해 들르는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내 녹음실. 유지연 기자

수준급 녹음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실제로 녹음 작업을 하기 위해 들르는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내 녹음실. 유지연 기자

공연장·라이브스튜디오·갤러리·강의실·카페 등을 갖춘 ‘아트센터’ 건물과 객실·음악연습실·공연예술연습실·세미나실 등을 갖춘 특별한 숙박공간인 ‘스테이’로 구성돼 있다. 특히 아트센터 건물은 한국 건축의 거장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기도 하다. 상공에서 보면 한 마리 나비가 호수 옆에 앉은 것처럼 보인다.

이곳은 이번 상상실현 페스티벌의 출연자인 ‘카더가든’이 녹음 작업을 하는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음악 작업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때때로 팬들이 하루 동안 머물면서 아티스트가 앨범 작업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하는 등 아티스트들과의 소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아트 센터' 안에서는 올해의 '다방 프로젝트' 주제인 '플라스틱 러브'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유지연 기자

'아트 센터' 안에서는 올해의 '다방 프로젝트' 주제인 '플라스틱 러브'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유지연 기자

상상실현 페스티벌이 이루어진 날에도 건물에는 다양한 전시와 조각 작품 등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KT&G의 사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스코프’와 다방면의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이 한 데 모여 창작물을 만들어내도록 지원하는 ‘다방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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