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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극단적 선택 시도자 손잡아줘야 하는데,절반은 방치된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의 절반 가량이 그런 시도 후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구멍 뚫린 자살 시도자 관리 실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해 전국 153개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3만3451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전국 응급환자 진료정보망(NEDIS)에 등록한 응급실 자료를 토대로 집계했다. 2013년(2만5012명)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자살 시도자 중 전문가의 사후 관리를 받은 사람은 52개 병원 1만7553명으로 52.4%에 불과하다. 52개 병원에는 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인력이 배치돼 자살 시도자를 관리한다. 응급실 기반 사후 관리 사업이다.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1대 1로 달라붙어 친분관계를 형성한 뒤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상담한다. 문제를 파악하면 해법을 찾아주고 심리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1만5898명은 이런 관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김 의원은 "자살 시도자가 52개 병원이 아닌 다른 데로 실려가면 퇴원 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기반 사후 관리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전문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62개로 늘었다. 62개는 401개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15.5%에 지나지 않는다.

김 의원실은 "자살 시도자가 사후 관리를 받으면 자살 생각, 알코올 의존도, 스트레스 등이 전반적으로 줄어 자살 재시도 위험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 생각이 있는 사람이 한 차례 사후 관리를 받았더니 자살 위험도가 24% 줄었다. 우울한 감정이 있는 사람이 한 차례 사후 관리를 받으면 63% 줄었다. 식사나 수면에 문제가 있으면 49% 줄었다.

김 의원실은 지난해 자살 시도자가 3만3451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NEDIS에는 권역응급센터·지역응급센터를 둔 비교적 큰 병원 응급실 153개만 등록해 있다. 나머지 중소병원 응급실 248개는 빠져 있다. 이런 곳으로 실려가는 자살 시도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이 가장 높은 데는 충남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9.8명에 달한다. 2016년 26명에서 꾸준히 증가한다. 그런데도 충남에는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을 하는 데가 순천향대 천안병원 한 곳뿐이다. 2013년부터 줄곧 한 군데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비슷한 경북에는 3곳이나 된다.

김상희 의원은 “자살률이 높고 자살 시도자가 많이 실려오는 병원을 지역 거점 자살 예방 컨트롤타워 응급실로 지정하여 사후 관리에 전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지역별 특성을 파악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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