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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반일·연정…역대 대통령 ‘지지율 반전카드’ 효과 잠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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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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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년차 3분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9%였다. 처음으로 40%대가 무너졌다. 시기상으론 1987년 체제 대통령으론 가장 늦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년차 2분기(21%), 노무현 전 대통령은 1년차 3분기(29%)에 이미 40% 아래가 됐다.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2년차 4분기(36%),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년차 1분기(34%)였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정국에서 유례 없는 81% 지지율에서 출발한 만큼 하락 폭은 작지 않다.

문 대통령 39%로 본 역대 처방 #DJ, 남북회담으로 깜짝 반등 #노무현 대연정 카드는 안 통해 #“문정부 경제 나쁜게 근본 원인 #정책 바꾸고 인적쇄신 보여줘야”

실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게 지지율 하락이다. 직전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41.4%였다. 직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날그날 나오는 숫자는 우리도 보고 있지만 최종적인 지지에 대한 평가는 결국 정부가 끝난 이후 인정받는지의 여부일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그날 그날 나온 숫자 보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취지지만 눈길이 가는 건 ‘그날그날 나오는 숫자’란 표현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여론조사기관 발표 말고도 청와대 정무수석실 주관으로 일상적 여론 흐름 파악과 국정 방향 설계를 위해 일종의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외부 조사를 의뢰한다”며 “이전 정부들이 지지도에 예민했다지만 현 정부는 더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 사퇴에도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 모두 지지율에 민감했다. 국정운영의 1차 평가 기준이자 향후 국정추진 동력의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까진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30%대(이하 갤럽 기준) 견고한 지지층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벌어진 ‘연말정산 파동’, 담뱃세 대폭(2000원) 인상과 건강보험료 개편 등이 겹치면서 30%대가 무너졌다. 이에 추가 세제개편 방침을 전면 철회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연말정산 파동에 공식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이완구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하는 등 인적 쇄신도 노렸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고정 지지층이 있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1999년 ‘옷 로비 사건’ 등으로 40%대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임기 절반인 2000년 2분기엔 취임 초(71%)보다 30% 이상 하락, 38%를 기록했다가 2000년 6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북한 이슈로 상승한 지지율은 ‘감정 지지율’로, 근본적 경제 여건이 좋아지지 않으면 휘발성이 강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54%까지 치솟았던 김 전 대통령 지지율은 4분기 다시 30%대로 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2003년)부터 대북 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등으로 지지 세력이 대거 이탈, 취임 1년차에 지지율이 20% 초반대가 됐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러나 거센 역풍을 불렀고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정당(299석 중 152석)이 됐다. 지지율도 34%로 반등했지만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임기 3년차인 2005년 7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카드까지 꺼냈으나 통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 복원 과정은 국정 지지율 관리에서 중요한 사례 연구 대상”(정한울 여론조사전문가)이라고 한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은 ‘얼리 덕(Early+Lame duck, 조기 레임덕)’이었다. ‘광우병 사태’로 초반 1분기 52%(갤럽 기준)로 출발한 지지율이 2분기에 21%까지 떨어졌다. 이듬해 4·29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 이어졌다.

MB, 다른 정권과 달리 U자형 지지율

이 무렵부터 당·청 차원의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이뤄졌다. 그러곤 이른바 ‘근원적 처방’→중도실용→친서민 행보가 뒤따랐다. 한반도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했고 청와대를 개편했으며 야권의 대선후보(정운찬)를 총리로 영입했다. 수도권, 중산층, 40~50대, 화이트칼라 등 대선 지지층이 다시 모이며 다른 정권과 달리 지지율이 ‘U자형’ 커브를 그렸다. 그해 3분기(36%), 4분기(47%)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은 회복세를 보였고 4년차 1분기까지 40%대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역대 대통령처럼 대세 하락 추세라고 본다. 다만 하기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한동안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깜짝 카드는 없다”고 지적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연정, 남북 정상회담 등 카드를 썼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는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에 대한 불만이 기저에 있는데 엉뚱한 처방을 내리면 안 된다. 북한과의 대화 무드, 민족주의 감정 자극(반일카드) 등 쓸 수 있는 깜짝 카드는 다 썼고 이젠 정책 전환과 미래 권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인적 쇄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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