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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수처법 우선 처리키로…바른미래당 “기존 합의 파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가장 먼저 협상·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크게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개혁안이 있고, 사법개혁안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법으로 나뉜다. 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검찰개혁특별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 발언에서 전날 국회 앞 촛불 집회를 언급하며 “서울 서초동에서 내려진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의 명령이 마침내 국회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와 관련, “사실상 검찰개혁을 반대한다는 노골적인 검찰개혁 반대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공수처법안의 우선 처리를 강력히 진행하는 것이 민의에 맞는 대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공수처법의 최우선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안으로 함께 묶여 있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시간을 갖고 논의해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집회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집회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민주당, 드디어 속내 드러내”

민주당은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협상 시한을 오는 23일로 잡았다. 박 대변인은 “월요일(21일)에 원내대표 정례회의가 있고, 수요일(23일)에 3+3(원내대표 3인+각 당 의원 1명씩 3인)회의가 있다. 한국당과 더 논의를 진행한 뒤에도 그쪽이 공수처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야당을 포함한 4당과 제2의 공조가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23일까지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공수처법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우선 협상은 민주당이 드디어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 검찰 개혁이란 명분으로 포장을 해서 결국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사흘 동안 협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에 이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후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대표,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뉴스1]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후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대표,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뉴스1]

민주당이 차선으로 생각하는 여야 4당 공조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기존 합의를 깨는 데 대한 야 3당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지난 4월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할 경우 합의를 깨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6개월 동안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고, 야당의 구도도 많이 바뀌어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야 3당과 논의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 기존 합의를 깨고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의당만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여야 4당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공수처법안이 두 개인 상태인데, 이를 조율해 하나의 법안으로 만드는 것도 과제다. 공수처법안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 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다. 두 법안은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법 처리, 11월로 넘어갈 듯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초 오는 29일 공수처 법안 상정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런 배경 때문에 29일 상정은 힘들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날 특위 회의에선 구체적인 법안 상정 날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주민 특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달 말에서 다음 달 말까지 우리가 할 행동과 전략, 계획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안 처리가 다음 달 말까지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음 달이면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시작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반대하는 야 3당(한국당 제외)을 ‘예산 카드’로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여야 4당 공조가 어려울 경우 선거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다음 달 27일 이후로 공수처법 처리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공수처법 ‘우선’ 처리로 기존 합의를 깬다는 부담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 내 반발을 반영한 새로운 선거법안을 만드는 부담부터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늘어나게 된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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