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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여권 지지표 확보에 사활…브렉시트 재합의 막판 고비

중앙일보

입력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엄격한 국경이 부활해선 안 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 [AFP=연합뉴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엄격한 국경이 부활해선 안 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 [AFP=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을 벌였지만, EU 정상회의 시작 전날인 16일(현지시간)까지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실패했다. 브렉시트 시한은 오는 31일인데, 양 측은 재협상에 합의하고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추인할 예정이었다. 영국 하원은 이 회의가 끝나는 1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도록 법으로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EU 정상회의 전날까지도 재합의 실패 #연정파트너 북아일랜드연합당이 반대 #북아일랜드·본토간 국경 설치가 문제 #하원 통과 여부에 브렉시트 향배 달려 #

BBC는 이날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늘 밤 브렉시트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EU와 영국 측이 재협상 안에 거의 의견을 모았지만 보수당과 집권 연정을 꾸리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반대하고 있어 난관에 봉착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 대표 [AFP=연합뉴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 대표 [AFP=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재협상 합의의 기본 토대가 마련돼 이론적으로 내일 합의를 정상회의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후 다른 인터뷰에서 영국 측이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세관 등을 설치해 엄격하게 국경을 관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EU 측에 제시했다.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의 관세 체제를 따르되 일정 기간 동안 EU 관세 동맹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북아일랜드가 있는 섬과 영국 본토 사이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생기게 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최대한 일찍 EU와 자유무역 협정을 맺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DUP는 북아일랜드가 어떤 경우에서든 영국 본토와 분리돼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하원에서 통과돼야 의미가 있는데, 연정 파트너인 DUP와 보수당 내 강경파가 찬성해주지 않으면 존슨 총리로선 승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합의안에 도달하기 전에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DUP와 보수당 강경파가 수용 쪽으로 돌아서면 영국과 EU는 합의안을 문서화하고 남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하원에서 통과할 경우 EU 정상회의를 또 개최하는 등 절차를 위해 일정이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브렉시트는 3년여간의 논란을 끝으로 시행될 수 있게 된다.

반면 EU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영국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는 또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존슨 총리의 거취가 흔들리면서 총선을 치르자는 등 분란이 나타날 전망이다.

브렉시트 재합의에서 관건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엄격한 국경이 부활해선 안 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브렉시트 재합의에서 관건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엄격한 국경이 부활해선 안 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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