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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조기 포화’ 심각한데 지자체는 힘겨루기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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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계획보다 9개월 이른 2024년 11월 포화가 될 전망이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계획보다 9개월 이른 2024년 11월 포화가 될 전망이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지난 2일 오후 인천 서구 서해가 바라다보이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쓰레기 운반 차량이 줄지어 들어와 수거해온 쓰레기를 쏟아붓고 나갔다. 이어 덤프트럭이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덮었다. 그리고는 불도저가 이리저리 다니며 흙을 다졌다. 이곳과 맞닿은 곳에는 매립이 종료된 2매립장이 40m 높이로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남은 수명 5년 예상” … 대안 못 찾아 #환경부는 “지자체 업무”라며 뒷짐 #소각·하수처리장 이전도 곳곳 갈등

현장을 안내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이 매립장(매립면적 103만㎡)은 당초 2025년 8월까지 약 7년간 쓸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2017년 9월 설계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쓰레기가 들어오면서 계획보다 9개월 이른 2024년 11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쓰레기는 서울 난지도 매립장 사용 종료 이후 1992년부터 인천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 함께 처리되고 있지만 2025년 이후에는 갈 곳이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대체 매립지 조성이 지연되는 경우의 해법에 대해 이해 4자 협의체(서울·인천·경기·환경부)가 이견을 보이며 난항을 빚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추가 매립지 확보가 늦어질 경우 쓰레기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별로 처리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지난달 25일 공동발표문을 통해 환경부가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사업 주체로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4자 협의체는 2015년 합의 당시 대체 매립지 조성이 늦어질 경우 현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를 추가로 쓸 수 있다는 부속조항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주민들이 수도권매립지로 인해 33년간 피해를 보았으며 더는 피해를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는 대체 매립지 조성은 지자체 업무로, 환경부는 자문·지원·조정 역할만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 사업추진 주체, 입지 지역 지원방안, 친환경 폐기물관리정책 추진 등에 관해 이견을 보인다.

기피시설 설치를 둘러싸고 이웃 지방자치단체 간 힘겨루기는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서로 상생하는 해법을 모색하거나 대립 양상을 보이며 마찰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장암동 소각장을 포천 광릉숲 핵심지역에서 5㎞가량 떨어진 자일동 환경자원센터로 이전하면서 처리용량을 하루 200t에서 220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포천시, 양주시, 지역주민 등이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와 주민들은 서울시의 하수·분뇨 처리시설(난지물재생센터)에 반발하고 있다. 난지물재생센터(93만7928㎥)는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분뇨·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고양시 덕양구 주민들은 최근 센터 정문 앞에서 분뇨·음식물 폐수 운반 차량의 진입을 몸으로 막으며 항의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서울지역에 둔 기피시설 개선에만 급급하고, 고양시에 있는 기피시설은 방치하고 있다”며 “난지물재생센터를 즉시 현대화, 전면 지하화하거나 영구 폐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임승빈 명지대(행정학) 교수는 “기피시설을 둘러싼 지자체 간 마찰의 경우도 통상의 갈등 조정 방법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룰(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게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라며 “다만 상황 변화에 따른 지자체 간 마찰이 발생할 경우 긴밀한 상호 대화와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익진·심석용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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