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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반려견 사랑한다면 '함께 사는 법'부터 가르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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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덕 교육 펫러닝
낯선 장소를 가면 사납게 짖는 개, 개엄마·개아빠와 침대에서 함께 자려고 떼쓰는 개, 산책 시 항상 앞장서서 돌진하는 개. 이런 문제 행동 때문에 고민하는 애견 가족이 있다면 반려동물 교정 교육, 펫러닝(pet+learning)에 귀 기울여 보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인구 중 약 24%.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펫팸족(pet+family)은 이미 우리의 이웃이 됐다. 교육과 인식 전환을 통해 애견인과 비애견인이 더불어 생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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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서당개 프로그램에 참석한 반려인들이 '올바른 간식 먹이기'를 실습하고 있다.

시흥시 서당개 프로그램에 참석한 반려인들이 '올바른 간식 먹이기'를 실습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스트레스 없는 개가 오래 산다’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 ‘화장실 예절부터 지키자’. 지난 8일 경기도 시흥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된 ‘서당개(서툰 당신의 개)’ 교육 교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교육수칙이다. 내용이 어린이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당개는 펫러닝의 일환으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교정 프로그램이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민원도 늘자 애견 교육의 필요성도 커졌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의 구청들이 반려동물팀을 별도로 꾸렸을 정도다. 강동구청이 처음으로 동물복지를 위한 반려동물팀을 마련했다. 전담팀 구성은 서울 관공서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지금은 경기도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강동구청의 정지윤 반려동물팀 주무관은 “층견소음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문화 교육의 필요성에서부터 공감대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조성 화두

바우라움 애견유치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반려견들.

바우라움 애견유치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반려견들.

펫러닝은 ‘개와 같이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에 그 가능성을 교육에서 모색하고 있다. 서당개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는 “교정 교육의 첫걸음은 견주의 의식 변화에서 시작한다”면서 “반려동물의 특성과 성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 견주와 반려동물 사이에 상호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4~5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올바른 간식 먹이기 ▶올바른 이리와 ▶올바른 기다려 ▶올바른 하우스 또는 매트(방석) ▶올바른 리드워킹 프로그램으로 나눠졌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규칙은 반려동물과 가족의 집 배치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겨 침대에서 함께 지내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개의 집을 따로 만들어 줘야 서로 편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개는 함께 자는 침대를 개엄마·개아빠를 지켜줘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며 “이때 견주나 가족이 무심코 건드려 침대에서 종종 물리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책할 때도 줄이 느슨한 1~2m 범주 안에서 함께 걸어야 견주와 반려견 모두 편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견주가 사랑하는 마음보다 기본 예의를 먼저 가르쳐야 오랫동안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다는 이치다. 교육을 들은 김옥순(여·47)씨는 “개를 데리고 자는 습관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반겼다.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교실, 개들은 각자의 공간에 들어가 얌전히 머무는 연습을 한다. 밖의 상황이 궁금해도 나오지 않고 참는 게 목표다. 이 수업은 여행·이동 시 케이지 안에서 안정적으로 있는 훈련이다. 이어 산책 매너, 친구와 노는 법 등의 다음 수업을 받는다.

놀이형 유치원서 맞춤형 교육장으로

바우라움 아카데미에서 교육 받고 있는 반려견 모습.

바우라움 아카데미에서 교육 받고 있는 반려견 모습.

평일 오후 2시,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바우라움의 애견유치원 수업 풍경이다. 수업 내용은 기본 예의인 ‘앉기’ ‘기다리기’ ‘반려인과 나란히 걷기’ ‘반려인과 멀리 떨어져 있기’ 등이다. 한 달 정도 반복 훈련하면 모두 익힐 수 있다. 변성수 바우라움 운영원장은 “최근 반려견 사건·사고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펫티켓 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했다”며 “놀이·위탁 시설이었던 애견유치원도 훈련·교육을 함께하는 시설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우라움 애견 유치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반려견을 견종·크기가 아닌 성향으로 반을 나눠 훈련 효과를 높이고 있다. 변 운영원장은 “상담할 때 반려견을 여기저기 데리고 가거나 특정 상황을 만들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며 성향을 파악한다”며 “그에 따라 분류·교육하면 적응 기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몇 가지 행동만 교정하고 싶은 반려인을 위한 강좌도 있다. 배변실수·짖음·분리불안 등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으로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글=김두용·신윤애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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