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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윤석열 접대 의혹' 보도에 "드릴 말씀 없다" 반복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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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1일 윤석열 검찰총장 접대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겨레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윤 총장을 별장에서 접대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이 이를 덮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중천으로부터 그런 진술이 나왔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미묘한 반응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어떤 근거로 (대검이) 그러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떤 부분이 검증됐는지 여부 등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저희가 (대검에) 얘기해드린 바도 없고, 제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그렇다면 대검의 공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검증에 대해서 저희가 한 번도 ‘맞다’‘틀리다’‘무엇이 검증됐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만 했다.

한 기자가 ‘한겨레 보도가 제2의 채동욱 사건으로 보거나 조국 장관 수사와 관련해 정부와 검찰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터져 나온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다시 “그 사안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이후 추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거기에 관해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드릴 말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 날 청와대 내부에서는 한겨레 보도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다수였다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게 지시한 검찰개혁 작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에 각자 역할을 지시하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은 검찰이 신속하게 응답을 한 지점을 높이 평가했고 적절한 선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엉뚱한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반면 대검 발표에는 불쾌해하는 기류도 있었다. 대검이 한겨레 보도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를 근거로 댔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끌고 들어갔다는 게 불편한 기류의 배경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이날 “인사 검증과 관련해선 청와대가 한 번도 확인해 준 적이 없다”고 한 것도 우회적으로 불쾌함을 나타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윤 총장의 별장 접대 논란이 길게 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사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청와대가 굳이 반응을 내놓을 이유가 있냐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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