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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교포 영어 강사 "외국어는 모국어 실력 뛰어넘지 못해"

중앙일보

입력

국내 영어교육 시장에서 미국 교포 강사는 원어민 강사보다 인기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한국과 미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중 언어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원어민 강사가 채울 수 없는 빈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중앙일보 톡톡에듀는 3회에 걸쳐 재미교포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포 강사를 인터뷰한다.
두 번째 전문가는 초등 영어교육 콘텐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청담 에이프릴 정제인 연구원(31·사진)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는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EFL)를 가르치는 자격인 TEFL(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을 취득하고 2011년부터 8년째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교포 영어 강사사 말하는 영어 교육법<2> #해외파는 말하기·글쓰기, 국내파는 어휘력·문법 강해 #배운 내용 반복해서 연습하는 게 중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영어 학습과 연결 #관심분야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 큰 도움

성장 과정에서 이중언어(한국어와 영어)를 어떻게 익혔나.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마쳤다. 내게 가장 편한 언어는 영어다. 한국어는 집안에서 부모님,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배웠다. 그러나 내 한국어 실력은 기초적인 수준이었고, 2011년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이 생겼다.  
실제 한국에 와서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 본인의 경험으로 볼 때, 초등학생이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영어권 국가로 다녀오는 것에 찬성하는 편인가.
“어린 시절이 모국어 외에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기에 아주 좋은 시기이다. 호기심도 많고, 흡수하는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부모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해외로 데려가려면 먼저 어느 정도 목표로 하는 한국어 수준부터 도달하는 게 좋다. 외국어 능력은 모국어로 말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파와 국내에서만 영어를 배운 초등학생의 장단점을 꼽아본다면.
“해외파는 말하기와 쓰기에 능숙하다. 현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매일 영어로 대화하고, 학교가 내준 작문 숙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파는 말하기와 쓰기엔 서툴지만,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법을 잘 이해한다. 하나의 어휘를 배울 때 다양한 다른 사용법을 함께 익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어휘를 더 정확하게 짚어낸다. 또 문맥의 힌트를 찾는 방법 등 독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익힌다.”
EFL(영어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환경·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ESL(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사용하는 환경·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교육법과 EFL 교육법(구나 절(Chunk)를 외우고 문장에 적용하면서 외국어처럼 익히는 것) 중 어떤 교육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두 방법을 조합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FL 환경에서 학생이 지속해서 영어를 듣기만 하는 경우 듣기 능력은 향상될 수 있지만 말하기를 배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되기 어렵다. EFL 학생들에게는 어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청크 학습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결국 방법과 관계없이 계속 오랫동안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이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말하고 쓰는 실력을 향상하려면 어떤 방법의 공부가 유용한가.  
“말하기도 쓰기도 연습이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습하는 방식이 재미있어야 더 배우고 싶어진다.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어 교사와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영어로 TV나 영화를 보면서 발음이나 다른 표현을 배웠다면,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그것들을 연습해보라.”
최근 한국에서 한글을 익히는 문자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8세)부터 권장하는 반면,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는 유아 때부터 알파벳을 배우고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볼 때, 문자를 익히면서 어린이의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에서 3세(한국 나이 4~5세) 때 유치원을 다니며 알파벳을 배웠다. 유치원에서 알파벳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익히고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영어 읽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최대한 여러 권을 많이 읽는 것과 한 권을 깊이 있게 여러 번 읽는 것(intensive reading) 중 더 효과가 높은 방법은 뭔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많은 책을 읽으면 영어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파악하면서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이렇게 읽어나가다 만약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한다면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번 읽어보라.”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느낀 한국 초등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나.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수업시간에 늘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책 읽기도 좋아했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과목에 대한 영어책을 읽었다. 어휘를 배울 때도 무작정 외우기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교포 영어 강사가 말하는 영어교육법

한국 초등학생에게 영어학습의 목표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연습, 연습, 연습. 연습을 오해하는 학생이 많다. 연습이란 어휘를 암기하는 식의 공부가 아니다. 자신이 배운 영어를 실제 세상에서 말하고, 표현하고, 써 보는 것이다. 이러한 연습을 하면서 배우게 된다. 잘못 말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라.”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가 아이의 영어학습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 중인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엄마가 영어를 잘 모른다 해도, 아이가 영어로 배우는 내용을 설명하도록 유도하고 정성껏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만약 영어를 싫어한다면, 공부하는 방식 대신 게임(gamification)처럼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익힌 영어를 친구나 가족에게 활용하도록 권해보라.”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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