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미 국방장관 환심 사려 실종된 옛 전우 자료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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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권위지인 명보(明報)는 20일 미국을 방문 중인 궈보슝(郭伯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18일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면담하면서 문건 하나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궈 부주석이 전달한 이 문건은 럼즈펠드 장관의 절친한 친구였던 제임스 딘 미 해군 대위에 관한 비밀 기록이라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딘 대위와 1954~55년 플로리다 기지에서 함께 근무한 전우다. 딘 대위는 50년 전인 56년 8월 23일 밤 동중국해에서 동료 14명과 첩보 수집을 위한 비행 중 중국군에게 발각돼 비행기가 격추되면서 실종됐다. 탑승자 중 두 명의 유해는 미군 수색함정에 의해 발견됐고, 다른 두 명은 중국군에 의해 수습됐으나 딘 대위를 포함한 나머지 11명은 실종됐다. 미군은 최근까지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최근까지 딘 대위의 부인과 연락해 온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10월 베이징 방문 때 중국 측에 딘 대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실종된 옛 전우에 대한 럼즈펠드 장관의 각별한 애정을 간파했던 중국은 궈 부주석의 이번 방미에 맞춰 딘 대위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준비해 럼즈펠드 장관에게 선물했다. 이에 화답하듯 럼즈펠드 장관은 궈 부주석과의 미.중 군사회담에서 올해 안에 해상 수색.구조훈련을 공동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길 오랫동안 원해 온 중국으로선 반세기 전에 전사한 미군 장교 한 명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미 국방정책 최고사령탑의 마음을 얻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적장을 감동시켜 친구로 만드는 계략(化敵爲友)'은 이렇게 먹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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