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강국 뚫고 정밀타격… 값싼 테러 드론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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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동연의 드론이 뭐기에(30)

포격 타켓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군사용 드론이 적의 정찰이나 탐지 목적을 넘어 폭격용 드론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GPS을 이용한 정밀성과 비행시간을 늘리는 등 드론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군사용 드론이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드론 전쟁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지난달 14일 새벽 사우디 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 탈황시설과 쿠라이스의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5%, 사우디 하루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57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 세계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높아졌다.

테러 단체의 무기화 가능성 점증

미 정부가 언론에 공개한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의 위성사진. 드론 공격을 받은 시설들이 빨간색 테두리로 표시돼 있다. 검은색으로 그을리고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약 17곳의 주요 인프라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설명이 위쪽에 함께 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미 정부가 언론에 공개한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의 위성사진. 드론 공격을 받은 시설들이 빨간색 테두리로 표시돼 있다. 검은색으로 그을리고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약 17곳의 주요 인프라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설명이 위쪽에 함께 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그간 중동지역에서 많이 사용된 군사용 드론이 요인 암살이나 소규모 시설물 공격에 투입된 적은 있으나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 생산기지 같은 사회기반 시설을 마비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적은 없었다.

1만여 달러에 불과한 값싼 드론이 한해 국방비(676억 달러)지출이 세계 세 번째로 많은 사우디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었다는 데 충격이 크다. 상대적으로 군비 예산이 적은 국가나 테러 단체들이 드론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국가의 주요 시설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공격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드론 10대로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사우디의 주요 연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도시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무인기 공습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 설비. [로이터=연합뉴스]

무인기 공습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 설비.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공격에 사용된 드론의 발사 장소다. 후티 반군이 예멘의 관할 지역에서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시설까지 거리는 1300㎞ 가량이다. 후티 반군이 보유한 최신 ‘콰세프(Qasef)’드론의 비행거리가 최대 700km에 불과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먼 거리를 떼를 지어 날아온 드론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 기술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강왕구 박사는 “이란이 제작한 아바빌(Ababil) 원형이 비행거리 700km 내외임을 고려해 보면, 아마도 후티 반군은 아바빌의 탑재 중량을 줄이고, 연료를 더 주입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란의 아바빌이라는 드론을 도입해 콰세프(Qasef)라는 이름으로 개조해 사우디의 주요 시설을 공격해 왔다. 아바빌은 총중량 83kg, 최고속도 시속 370km 이며, 최대비행시간 2시간, 최대 700km 정도까지 날아갈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란이 드론 전문가들을 예멘에 파견해 드론의 조립·운영·수리에 관한 고급 기술을 이전시켜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드론은 설정된 거리를 날아가 목표지점 상공에서 배회하거나 정지하다 목표물에 돌진해 폭탄과 함께 자폭하는 방식이다. ‘가미카제 드론’ 또는 ‘자살 드론’이라 한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라크나 이란 혹은 사우디 영토 내에서 발사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이른바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번 공격이 예멘으로부터 나온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발사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쿠르즈 미사일 함께 사용됐을 수도

Yemen’s Qasef-K2 (Striker-K2) combat drone.

Yemen’s Qasef-K2 (Striker-K2) combat drone.

또 ‘자살 드론’만으로는 대규모 석유시설을 마비시킬 정도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살 드론’과 함께 쿠르즈 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들의 잔해를 공개하면서 “발견된 무인기와 미사일 부품은 이란이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했다” “이란 델타 윙 무인기(UAV)을 포함해 모두 18대 드론과 7대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제트엔진이 부착된 것으로 보이는 불발된 지대공 쿠르즈 미사일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과 미사일을 어디서 만들었고 발사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왜 사우디의 방어체계가 요격에 실패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며 이란의 개입을 부인했다.

신동연 드론아이디 세일 마켓 담당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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