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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와인 1000만병 판매…성공 이끈 결정적 스토리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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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칠레 '몬테스' 와이너리 창업주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칠레 '몬테스' 와이너리 창업주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199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칠레와인 ‘몬테스’가 지난 4월 국내 누적 판매양 1000만병을 돌파했다. 1987년 연간 생산량 4만2000병 규모로 와이너리를 시작한 몬테스의 창업주 아우렐리오 몬테스(71)에게도 이 숫자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올해의 포도 농사를 마치고 지난 10월 2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21년간 매해 한국을 찾고 있는데, 이번 방문은 특히 뜻 깊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몬테스' 와인 창업주 아우렐리오 #국내 누적 판매량 1000만병 돌파 #지구온난화 대처 위한 혁신 시작

칠레 와인을 대표하는 몬테스 와이너리는 와인 메이커인 아우렐리오 몬테스를 포함해 재무 전문가 알프레도 비다우레, 세일즈&마케팅 전문가 더글라스 머레이, 포도밭 경작 전문가 페드로 그란데 등 4명의 공동창업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처음부터 소량의 고품질 와인 수출이 목표였던 이들은 ‘창업주’라는 각자의 욕심을 버리고 전 세계인이 가장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와이너리 이름을 와인 메이커인 아우렐리오의 성에서 딴 ‘몬테스’로 지었다. 이들의 욕심 없는 쿨한 작명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적중했다. 기억하기 어려운 프랑스 와인보다 ‘몬테스’는 한국 주당들의 귀에 쏙 박히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내에선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 알파(몬테스의 대표 상품)는 안다’는 말이 생겼다.

몬테스 와이너리가 조성한 힐 사이드 포도밭. 칠레에서 제일 처음 경사진 언덕 면에 조성된 포도밭이다.

몬테스 와이너리가 조성한 힐 사이드 포도밭. 칠레에서 제일 처음 경사진 언덕 면에 조성된 포도밭이다.

-몬테스의 성공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 여러 대학의 연구 대상이 됐다. 성공 비결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처음부터 혁신을 추구했다. 당시 칠레에선 고급와인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우린 칠레에서도 세계가 놀랄 만한 와인이 생산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을 했다. 90년대 중반 시작한 ‘힐 사이드(hillside)’ 경작이 대표적이다. 45도 경사의 비탈진 언덕에서 포도나무를 키우는 일은 칠레에선 우리가 처음이었다. 언덕을 깎아 포도밭을 조성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일하기도 힘들어 모두 꺼렸지만 그렇게 얻은 포도는 응축미가 뛰어나 고품질의 와인을 얻을 수 있었다.”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폴리'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폴리'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그들을 두고 모두 ‘어리석다(폴리·folly)’고 조롱했지만 지금은 그 힐 사이드 밭에서 칠레 죄고의 와인이 생산된다. 몬테스 와인 중 ‘폴리’라는 이름이 붙은 스토리이기도 하다.
몬테스는 71세의 나이에도 지난해부터 또 다른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1200km 떨어진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남쪽 끝 지역으로 대서양을 면하고 있다. 몬테스는 칠로에 군도의 섬 하나에서 포도밭을 경작 중이다. 춥고 습해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포도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지만 몬테스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 지역 기후가 따뜻해진 것에 집중해 2ha의 포도밭에 6종의 화이트 와인 품종과 1종의 레드 와인 품종을 심었다.

-파타고니아 포도밭의 첫 수확은 겨우 10송이었다.
“수확한 포도를 직원이 배낭 하나에 넣어갖고 왔더라. 그 직원을 힘껏 안아주며 말했다. 내년 수확에는 배낭 두 팩을 가득 채워보자고.”(웃음)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는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실험 중 하나다. 사실 파타고니아 포도밭에서 큰 수확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포도가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서 포도를 키울 수 있다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또 하나 습득하는 게 아닌가. 나는 지금 내년 수확이 너무 기대된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드라이 파밍’도 시도하고 있다.
“2009년부터 우리 핵심 포도밭 두 개 중 하나에서 시작한 관개농법이다. 포도 재배의 모든 과정을 최대한 자연에 맡긴다는 게 전제다. 강수량이 부족한 가뭄에만 최소한의 물을 주면서 포도를 키우는 농법으로 연간 50% 이상의 물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2만명의 칠레 인구가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물이 부족한데 포도는 잘 자라나.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드라이 파밍을 시도한 후 포도 생산량은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포도의 완숙미는 더 높아져서 와인 품질 또한 높일 수 있었다. 칠레에서도 해마다 강수량이 줄고,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녹고 있다. 누구라도 지구온난화 대처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쇼비뇽'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쇼비뇽'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올 때마다 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낀다. 불고기와 김치를 특히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과 우리 와인이 잘 맞는다는 것도 내가 직접 체험한 결과다.”

-한국에서 ‘몬테스 알파’ 외 프리미엄급 와인들의 존재가 덜 알려진 게 아쉽진 않나.
“1000만병 돌파 기록을 보면서 한국 시장의 미래에 자신감이 커졌다. 몬테스 알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상의 프리미엄 와인 ‘아이콘 시리즈’를 맛보고 싶어질 거라 믿는다.”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폴리'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폴리'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알파 M'

몬테스 와이너리 아이콘 시리즈 '알파 M'

몬테스 아이콘 시리즈란 전 세계 슈퍼 아이콘 와인으로 꼽히는 ‘타이타’, 올해 칠레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을 때 만찬주로 소개된 ‘알파 M’, 칠레 최초의 컬트 시라 와인인 ‘폴리 시라’, 그리고 2011년 오바마 미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했을 때 만찬주로 내놓은 ‘퍼플 엔젤’을 말한다.

세계 와인 업계에선 몬테스 창업주들을 ‘용감한 녀석들(Brave guys)’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돈만 좇는 게 아니라 이전에 없던,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에 뛰어들어 혁신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몬테스의 파타고니아 프로젝트 내년 수확이 기대되는 이유다.

몬테스 아이콘 시리즈 '퍼플 엔젤'

몬테스 아이콘 시리즈 '퍼플 엔젤'

*몬테스의 비하인드 스토리!
Story 1. 몬테스의 상징, ‘수호천사’
몬테스의 모든 레이블에 그려진 ‘천사’ 이미지는 몬테스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더글라스 머레이의 아이디어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머레이는 와이너리를 처음 세웠을 때 곁에서 늘 자신의 운명을 지켜주었던 ‘수호천사’ 이미지를 도입해 몬테스 와이너리를 지켜주는 심볼을 만들었다. 덕분에 몬테스의 제품들에는 모두 천사 이미지가 들어가는데 그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퍼플 엔젤’에는 클래식한 천사 이미지를 넣으면서 와인 색과 같은 짙은 보라색 물방울 번짐을, ‘폴리’에는 낙서하듯 모던한 분위기의 천사를, ‘트윈스’에는 이름처럼 쌍둥이 천사를, ‘슈럽 로제’에는 배꼽을 드러낸 장난꾸러기 천사를 그려 넣었다.

몬테스 '폴리'

몬테스 '폴리'

몬테스 '트윈스'

몬테스 '트윈스'

몬테스 '슈럽 로제'

몬테스 '슈럽 로제'

Story 2. ‘몬테스 알파’ 이름에 얽힌 사연
국내에선 워낙 친숙해서 ‘국민와인’으로 불리는 몬테스 알파가 1987년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이름은 ‘몬테스 그란 레세르바’ 였다. 스페인어에서 따온 이름인데 창업주들은 어느 와인에나 다 쓸 수 있는 평범한 이름보다 그들만의 열정과 비전을 알릴 수 있는 특별한 이름을 붙이길 원했다.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그리스어의 첫 번째 글자인 ‘알파’였다. 알파는 영어의 A에 해당하는 말로 ‘첫째, 처음’을 뜻한다.

Story 3. 몬테스 와이너리에 담긴 풍수지리 사상
칠레에 있는 몬테스 와이너리는 풍수설에 입각해 물·금속·토양·나무와 같은 기초 원소들이 와이너리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조성됐다. 입구에서 시작된 물길이 와이너리의 정 가운데로 모여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도록 설계된 것. 또 미물에게도 생명이 있다는 동양사상에 근거해 프리미엄 와인을 보관하는 셀러에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틀어놓는 독특한 양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인데 잔잔한 음악의 파동이 액체의 맛을 더 좋게 한다는 내용이다. 아우렐리오 몬테스는 “음악의 파동과 와인 맛의 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순 없지만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면서 일하는 셀러 직원들은 행복해한다”며 “일하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면 그들이 관리하는 와인에 더 정성을 쏟게 되고 와인 맛이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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