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1년 … 중국 경제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 21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대해 2.1% 절상했다. 또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복수 바스켓 통화제로 바꿨다.

너무 급히 늘어나고 있는 수출에 제동을 걸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압력을 차단하고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리고 1년이 흐른 지금, 중국 경제는 과열이 식기는커녕 오히려 더 달아오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기의 연착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안화 절상에 장애 많아=중국은 최근 환율을 통해 수출을 억제해 보겠다는 정책을 폈다. 달러당 8위안대 환율을 유지하면서 지난달 15일에는 처음으로 달러당 처음으로 8위안 밑으로 유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절상 압력을 일부 반영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수출 증가세는 계속됐다.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환율을 방어해 달라고 아우성쳤다. 또 환율 인하 1년을 앞두고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위안화 투기 세력이 늘었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은 18일 1년 전처럼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정책은 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환율 추가 인하가 수출 억제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기업 채산성 악화와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위안화 추가 절상 요인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미국 등의 절상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긴축을 위해 인민은행이 금리를 더 인상할 수도 있다.

◆"금리 추가 인상 필요"=4월에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연 5.58%에서 5.85%로 올린 데 이어 5월엔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한 달 뒤에는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0.5%포인트 높였다. 또 부동산과 철강 등 과잉 투자 업종에 대한 은행의 대출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냉각정책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것 역시 기업들의 금리 부담을 갑자기 늘려놓고, 위안화 절상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 있는 처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나친 낙관이 과열 불러=중국의 2분기 성장률(11.3%)은 올 목표치인 8%를 훌쩍 넘어섰다.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1.3% 늘었다. 이대로 가다간 올 목표치인 10%의 두 배에 가까운 과잉 투자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소비는 13.3%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수출 총액은 4285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2% 늘었다. 올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치인 1300억~1500억 달러가 예상된다.

HSBC은행의 쿠 홍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지나친 낙관이 과잉 투자로 이어져 경기 과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금 이를 막지 못하면 거품이 꺼지면서 디플레와 함께 기업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