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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협의를 시작하자'는 합의조차 힘겨웠던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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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7일 국회에서는 작은 합의가 있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원내 정당 대표들의 월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가 굵직한 정치 현안들의 출구를 모색하는 ‘정치협상회의’를 상설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회의체를 먼저 제안했던 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지난달 모임(9월2일)에서 이 대표는 “여기 계신 각 당의 대표들이 선거법을 가지고 진지하게 협상하는 정치협상회의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날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당 정책위의장의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 대표가 이해식 대변인을 통해 밝힌 불참 이유는 “초월회가 민생을 위해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서로 싸움질만 하는 모습을 보이느니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 게 측근들이 전한 이 대표의 판단이었다.

 인터넷 상에는 곧바로 이 대표의 태도를 꼬집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초월회에 참석한 야당들에선 “고집불통 이해찬 대표가 ‘야당과의 대화’ 걷어차기에 나섰다”(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는 소리가 나왔다. 자칫 “이대로 가면 대의민주주의가 죽는다”는 문 의장의 호소도 공염불이 될 뻔 했다. 작은 합의는 이날 오후 3시45분 쯤 이 대표가 문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협상회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일단 지켜지게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이 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문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 의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변선구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이 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문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 의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변선구 기자

 이날 열린 3당 원내대표간 회동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이 엿보였다.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법안을 조속히 논의하고 ▶3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논의하고▶비쟁점 민생 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 테이블을 별도로 만들자고 했다.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만으로도 역사상 가장 저조한 법안 처리율(8월 말 기준 29.4%)을 기록중인 20대 국회에선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이런 여ㆍ야의 '합의'를 의미있는 변화의 신호로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날도 여ㆍ야 지도부는 모두 거리의 정치에 사로잡힌 채였다. 초월회에 앞서 열린 각당 최고위원회에선 “아무리 친여 매체를 총동원해 관제 시위를 띄워봐야 그럴수록 진짜 민심은 더욱 뜨겁게 분노하며 불타오를 것이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완벽한 촛불시민혁명의 부활이었다. (중략) 며칠 전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와 극명히 대비됐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말들이 이어졌다. ‘내것은 자발, 네것은 동원’이라는 이분법을 관철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이 ‘조국 퇴진’과 ‘조국 수호’의 양극단으로 내 몬 집토끼들이 달아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휩싸여 총선까지 남은 날짜만 세고 있는 형국이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서도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3주만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광화문’‘서초동’의 대결에 대해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의 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들 때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 민주당에서조차 “곧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단일 대오에서 이탈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란 엇갈린 해석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보수 진영은 9일 집회를 예고했다. 서초동 집회도 이어진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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