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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범인 '맞아서 자백' 주장···경찰은 '돌아이'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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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뉴시스·SBS]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뉴시스·SBS]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의 범인 윤모씨를 2003년 옥중 인터뷰했던 한 기자는 윤씨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줄곧 했다고 전했다. 8차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최근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건이다. 8차 사건 범인은 20여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현재 가석방된 상태다.

신호철 전 시사인 기자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 개봉 즈음인 2003년 5월 사람들 관심이 많기도 했고, 경찰이 ‘윤씨가 이상한 헛소리를 하고 있더라’, ‘걔 이상하다’고들 해 궁금해져 면회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교도소로 찾아가 윤씨를 대면하게 된 신 전 기자는 그가 억울함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신 전 기자는 “윤씨에게 공소시효가 끝난 나머지 화성 사건들 가운데 당신이 한 것 없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8차 사건도 자기가 한 게 절대 아니라고 당당하게 얘기해서 당황했었다”며 “윤씨는 인터뷰 당시에도 근 15년을 감옥에서 살았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왜 죄를 인정하고 옥살이를 하게 됐냐고 물었더니 (윤씨가) 자기가 맞았다고 했었다. 수사 과정에서 (맞아서) 자백했다고는 했는데 (수사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며 “재판에서 왜 졌느냐고도 질문했는데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놈이 하소연할 데가 어디 있겠나. 억울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 전 기자는 또 “윤씨를 만난 후 경찰을 다시 찾아가 재수사 관련 질문을 했더니 경찰 쪽에서 ‘윤씨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걔는 정말 이상한 돌아이’라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면회 후 (윤씨에게) 여러 번 전화가 왔었는데 굉장히 진정성 있게 자기 무죄를 주장했었다”며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아 재심해볼 수도 없고, 그 사람은 저에게 하소연하는데 도울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8차 화성 살인 사건은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에서 여중생 A양(당시 13세)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이 사건의 용의자로 화성에 살던 윤모(당시 22세·당시 태안읍 거주)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그러나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규정된 이 사건마저 최근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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