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대표로 참가했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한 경유지 베이징에 도착해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김 대사는 베이징 공항 제3 터미널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2주 후 회담을 다시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판문점 수뇌상봉 이후 거의 백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법도 만들지 못했는데 두 주일 동안에 만들어낼 것 같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나흘 전인 3일 스웨덴으로 출발하며 “회담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결과도 낙관한다”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김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이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김 대사는 이어 “미국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라고 말했다. 김 대사가 스웨덴에서 언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한반도 정세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또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 실무회담에 대한 평가를 묻자 김 대사는 “이번 회담에 대해 역스럽게 생각한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역스럽다'는 '역겹다'라는 뜻의 북한말로 이번 실무회담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 대사는 평양행 고려항공이 출발하는 제2 터미널에서도 "미국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대사는 “미국 측의 새로운 제안을 기대했고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새로운 방법이 없었다"며 "완전히 빈손으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미국 측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후 김 대사는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 시간을 갖겠다. 할 이야기는 다 했다”며 함구했다. 이후 조철수 북한 미국 국장이 “중국 공안을 부르겠다”며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한편 북·미 협상의 장소를 제공했던 스웨덴의 안 린데 외교부 장관은 스웨덴 공영방송 SV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협상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린데 외교부 장관은 또 협상 결렬과 관련해 “한 번 만나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2주 후에 혹은 두 달 후에 협상이 열리게 된다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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