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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이니 주문마저 끊었다···'불변의 1위' 日맥주의 몰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몰락에…벨기에·중국·미국 ‘옥토버페스트!’

한 대형마트의 수제맥주 코너에 벨기에·미국·일본 등 해외 각지의 수제맥주가 즐비해 있다. [중앙포토]

한 대형마트의 수제맥주 코너에 벨기에·미국·일본 등 해외 각지의 수제맥주가 즐비해 있다. [중앙포토]

국내 수입맥주 시장의 16%를 점유했던 일본 맥주가 불과 두 달 만에 1.5%로 점유율이 폭락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가져온 결과다.

중앙일보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진 7월 이후 3개월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120개 수입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순위를 조사했다(매월 1~25일 누적 판매량 기준). 일부 소매유통업체로부터 최근 3개월간 수입맥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일본산 맥주 제품 점유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불매 운동 이후 일본 수입맥주 판매순위. 그래픽=심정보 기자.

일본 불매 운동 이후 일본 수입맥주 판매순위. 그래픽=심정보 기자.

7월까지만 해도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10개 맥주 중 3개(아사히·기린·삿포로)가 일본산 맥주였다. 하지만 아사히(3위→36위)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수입맥주 1위 브랜드였던 아사히맥주는 전범기(욱일기)를 자사 맥주 디자인에 사용했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일본 맥주인 기린(9위→53위)·삿포로(10위→56위)도 50위 밖으로 밀렸다. 7월 기준 21위였던 일본산 맥주 산토리 역시 9월 판매 순위는 64위를 차지했다.

3위→36위(아사히), 9위→53위(기린) 추락

국가별 국내 수입맥주 매출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국가별 국내 수입맥주 매출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이로 인해 국가별 수입맥주 판매순위도 요동쳤다. 지난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누르며 1위에 올라선 일본 맥주는 근 10여년  동안 1위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한 지난 7월 수입액이 처음으로 벨기에보다 뒤지기 시작했다. 7월 일본 맥주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16.0%로 벨기에에 이어 2위였다. 1위 자리를 내준 일본 맥주는 불과 두 달 만에 11위로 속절없이 추락했다(시장점유율 1.5%). 필리핀(3.1%)·싱가포르(2.8%) 맥주보다도 덜 팔렸다.

덕분에 일본 맥주와 경쟁하던 벨기에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1위로 떠올랐다(17.4%→20.5%). 벨기에식 정통 밀맥주 호가든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수직으로 상승했고, 벨기에 스타일의 화이트 에일 맥주인 블루문도 같은 기간 순위가 크게 뛰었다(16위→10위).

일본산 수입맥주. [중앙포토]

일본산 수입맥주. [중앙포토]

또 중국산 맥주도 점유율이 상당히 상승하며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채웠다(11.0%→14.9%). 제품별 순위로만 보면 칭따오맥주가 1위다. 하이네켄·버드와이저 등 미국 맥주(8.4%→11.2%)도 일본산 맥주를 대체했다.

일본 맥주가 안 팔리자 클라우드·카스 등 국산맥주도 수혜를 누렸다. 편의점에서 판매한 맥주 중 39.6%를 점유했던 국산맥주는 8월 시정점유율이 48.7%로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 전까지 최근 4년 동안 국산맥주는 꾸준히 연도별 편의점 매출비중이 하락세였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편의점 시장에서 국산맥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국산맥주는 빼앗겼던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후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까지 1달간 카스맥주를 할인 판매했고, 롯데주류는 피츠 수퍼클리어(420㎖) 캔맥주를 한정판매 중이다. 이 한정판 제품은 1㎖당 약 38%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또 하이트진로도 새롭게 출시한 맥주 테라가 출시 160일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산 수입맥주. [중앙포토]

일본산 수입맥주. [중앙포토]

대형마트, 일본맥주 신규발주 중단 

월별 국내 수입맥주 판매순위. 그래픽=김현서 기자.

월별 국내 수입맥주 판매순위. 그래픽=김현서 기자.

일본 맥주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지속하자 씨유(CU)·세븐일레븐·GS25·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은 ‘4캔에 1만원’으로 묶음 판매하던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이렇게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가 빠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일본 제품을 사는 게 부담스럽다. 경쟁 제품 대비 일본산 맥주 가격경쟁력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역시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감소하면서 신규 발주를 중단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사지 않으면 재고가 쌓이고, 자동발주시스템이 이를 감지하면 신규 발주를 자동 중단한다”며 “일본 맥주가 지금처럼 팔리지 않는다면 일본 맥주 발주는 계속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산 수입맥주가 대형마트 진열대에 쌓여있다. [중앙포토]

일본산 수입맥주가 대형마트 진열대에 쌓여있다. [중앙포토]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입맥주와 같은 음료시장은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고 대체재가 풍부해서 한 번 1위 자리에서 물러나면 다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쉽지 않다”며 “일본 불매운동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일본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처럼 1위 자리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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