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판사, 법정서 판결 후 권총 꺼내 ‘탕’ 극단 선택 시도…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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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태국 남부 얄라주 법원의 한 법정에서 카나꼰 삐안차나 판사가 공판이 끝날 무렵 5명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갑자기 권총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태국 남부 얄라주 법원의 한 법정에서 카나꼰 삐안차나 판사가 공판이 끝날 무렵 5명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갑자기 권총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쐈다. [연합뉴스]

 태국에서 판사가 법정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 고위층이 재판에 개입하려 한 데 대한 항의라는 관측이 나왔다.

5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남부 얄라주 법원의 한 법정에서 카나꼰 삐안차나 판사가 공판이 끝날 무렵 5명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갑자기 권총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쐈다. 무죄를 받은 이들은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나꼰 판사는 즉시 병원으로 실려 가 응급 수술을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카나꼰 판사가 개인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전 카나꼰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25페이지짜리 성명서가 SNS에 퍼지면서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 성명서는 현재 열람이 불가하다.

성명서에는 이 재판이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이고 비밀조직과 음모 등이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특히 법원 고위층에서 카나꼰 판사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판결은 판사에게”, “시민에게 정의를”이라는 문구도 세 차례나 반복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당인 퓨처포워드의 삐야붓 생까녹꾼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이 카나꼰 판사 개인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는 법원 측 발표는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카나꼰 판사가 지난달 초부터 (재판 관련) 정보를 보내오면서, 이를 공론화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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