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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와 갈길 먼 ‘우주항공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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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나로호(KSLV-1)가 국내 최초로 우주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이 자국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11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5년 10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4시.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1단 주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나로호 때보다 한국의 우주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했음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6년 8개월 전 국민을 들뜨게 했던 나로호의 추억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진행하는 나로우주센터 개방을 통해서다. 항우연은 오는 5·6·12·13일 우주센터를 둘러볼 지원자 2160명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 끝인 고흥은 나로호 이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고흥군은 고흥을 명실상부한 ‘우주항공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행사·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흥에 있는 우주과학관과 우주 천문과학관 같은 우주 관련 교육·체험시설에도 꾸준히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고흥군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우주항공 도시’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초고령화와 이농현상으로 인한 인구감소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흥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도’가 경북 의성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우주센터 하나만으로 농촌의 군 지역을 우주 도시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주 관련 체험시설 외에 나로호처럼 실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때를 제외하고는 국민적인 관심이 시들한 것도 문제다.

이번 우주센터 개방은 30주년을 맞은 항우연의 설립일을 맞아 이뤄졌다. 나로호가 결코 하루아침에 성공한 게 아님을 증명하는 자리다. 여기에는 나로우주센터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만들겠다는 항우연의 절박함도 깔려 있다. 고흥을 세계 우주산업의 중심인 미국 휴스턴처럼 만들려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국민의 중단없는 성원이 필요하다.

최경호 광주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