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4일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SCMP에 “복면금지법이 결의되면 다음 주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몰수·통신금지 등 사실상 계엄령 #긴급법 시행은 1967년 이후 처음 #어길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가능 #경찰 실탄 맞은 고교생 ‘폭동죄’ 기소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 때 가면, 마스크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미국과 유럽의 15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홍콩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이다. SCMP는 캐리 람 장관이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의 권한을 부여받는다. 행정장관은 이런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도 정할 수 있으며,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다. 긴급법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단 한 번으로, 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다.
최근 홍콩 내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 친중파 노조 조직인 홍콩공회연합회, 홍콩 경찰의 80%를 대표하는 홍콩경찰대원협회 등은 경찰의 힘만으로 시위를 막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야간 통행금지 등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홍콩 경찰은 지난 1일 중국 국경절에 벌어진 시위 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고등학생 청즈젠(18·曾志健)을 폭동과 경찰 공격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청즈젠을 포함해 18∼38세 시위 참여자 7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국경절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269명으로,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하루 기준으로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93명은 학생이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