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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홍콩 캐리 람, ‘긴급법’ 발동해 복면금지법 시행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중국 국경절 당시 홍콩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가이포크스 복면을 쓴 채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탱크맨 사진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국경절 당시 홍콩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가이포크스 복면을 쓴 채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탱크맨 사진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EPA=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4일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SCMP에 “복면금지법이 결의되면 다음 주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몰수·통신금지 등 사실상 계엄령 #긴급법 시행은 1967년 이후 처음 #어길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가능 #경찰 실탄 맞은 고교생 ‘폭동죄’ 기소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 때 가면, 마스크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미국과 유럽의 15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2일 홍콩에서 마스크와 방독면을 쓴 홍콩 대학생들이 지난 1일 고등학생 청즈젠에 총을 쏜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 홍콩에서 마스크와 방독면을 쓴 홍콩 대학생들이 지난 1일 고등학생 청즈젠에 총을 쏜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이다. SCMP는 캐리 람 장관이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 참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AFP=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 참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AFP=연합뉴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의 권한을 부여받는다. 행정장관은 이런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도 정할 수 있으며,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다. 긴급법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단 한 번으로, 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다.

지난 2일 홍콩의 시위대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그림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림은 전날 경찰이 쏜 총에 맞은 고등학생 청즈젠을 위로하고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2일 홍콩의 시위대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그림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림은 전날 경찰이 쏜 총에 맞은 고등학생 청즈젠을 위로하고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EPA=연합뉴스]

최근 홍콩 내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 친중파 노조 조직인 홍콩공회연합회, 홍콩 경찰의 80%를 대표하는 홍콩경찰대원협회 등은 경찰의 힘만으로 시위를 막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야간 통행금지 등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홍콩 경찰이 시위에 나선 고등학생 청즈젠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사진 홍콩 성시대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오후 홍콩 경찰이 시위에 나선 고등학생 청즈젠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사진 홍콩 성시대 페이스북 캡처]

한편 이날 홍콩 경찰은 지난 1일 중국 국경절에 벌어진 시위 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고등학생 청즈젠(18·曾志健)을 폭동과 경찰 공격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청즈젠을 포함해 18∼38세 시위 참여자 7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국경절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269명으로,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하루 기준으로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93명은 학생이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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