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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성폭행후 방치"···가해 10대들, 1심보다 형량 더 세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치사죄' 1심 무죄, 항소심 유죄

성폭행 일러스트. 오른쪽은 영광 여고생 C양의 친구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중앙포토]

성폭행 일러스트. 오른쪽은 영광 여고생 C양의 친구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중앙포토]

여고생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0대들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추적] #광주고법, 1심 깨고 주범에 ‘징역 9년’ #“C양 사망 예상하고도 방치” 책임있다 #1심은 강간만 유죄…‘치사’ 혐의 ‘무죄’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김태호)는 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군(19)에게 단기 4년 6개월~장기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B군(18)은 1심 판결인 징역 2년 6개월~징역 5년보다 형량이 가중된 단기 6년~장기 8년을 선고받았다. A군 등은 지난해 9월 13일 새벽 전남 영광군 한 모텔에서 C양(당시 16세)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방치한 ‘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서다. 앞서 1심 재판부가 ‘특수강간’ 혐의만 인정하고 “사망 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성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성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술 게임' 후 만취하자 성폭행 도주

항소심 재판부는 “A군 등은 강간을 한 후 움직임이 없는 피해자를 그냥 두고 달아나 ‘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검 결과 C양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405%에 달했으며, 사인은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술을 먹여 성관계할 목적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C양을 불러낸 뒤 술 게임을 했다. 자신들은 미리 게임의 질문과 정답을 짜놓은 뒤 숙취해소제까지 마신 상태였다. 당시 C양은 게임에서 질 때마다 벌주를 마신 탓에 한 시간 반 만에 소주 3병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군 등은 C양이 만취해 쓰러지자 순차적으로 성폭행한 뒤 모텔을 빠져나왔다. C양은 A군 등이 범행을 한 후 모텔을 빠져나간 뒤인 오후 4시쯤 모텔 주인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C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C양 사망 소식에 형량부터 검색

A군 등이 범행 후 한 행동에서도 C양 사망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C양이 숨졌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후 ‘강간살인’에 대한 형량을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동과 사망과의 연관성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심 판결은 달랐다. 강간 혐의만 인정하고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치 장소가 숙박의 용도로 사용되는 모텔방이었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할 만큼 특별한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이상 사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으며, A군 등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이 소식을 접한 상당수 국민은 공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광 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과 관련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자신을 C양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인은 “계획적으로 술을 마시게 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건 가해자들이 분명함에도 치사 혐의가 무죄가 나왔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국민청원 20만…“엄벌 촉구” 여론

해당 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받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정신을 잃도록 고의로 술이나 약물을 사용한 뒤, 성폭행하고 촬영하는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며 “청원을 통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 친구분들, 그리고 피붙이를 잃은 가족을 위로한다”고 했다.

영광=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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