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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SLBM 도발, 9.19합의 문구엔 없어 위반 아니라는 국방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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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장관은 2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9·19 군사합의 위반여부에 대해 “군사합의에 나와 있는 문구에는 정확하게 그런 표현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강원 원산 인근에서 발사했다. 그런데 북한이 올들어 10차례 쏘아 올린 단거리 미사일이에 이어 SLBM을 동원한 무력시위가 9·19 군사합의의 위반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에 발사한 북한 미사일도 역시 9·19 군사합의를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가’라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항상 만반의 군사대비태세, 대응능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답했다. 또 “원래 9·19군사합의를 한 것은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정 장관은 “(북한 미사일의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한 판정은 안보리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그래서 위반이다 아니다 내가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부분은 안보리에서 금지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군 당국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군사합의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정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도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가 적대행위인가’라는 질문에 “그러면 우리가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라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또 “도발이다, 아니다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군사적 상황·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 쪽으로 오면 그것은 확실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기조는 9·19 군사합의를 업적으로 평가하는 정부 입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제71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었던 것,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 모두 남북 군사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천한 군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 역시 “9·19 군사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실질적으로 완화했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를 설계한 이상철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지난달 6일 국방부 주최 행사에서 “최근 북한 미사일 문제가 군사합의 위반인지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이 9·19 군사합의 위반 국면에서 유독 북한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온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 1조는 “남북은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사실상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내용을 정면 위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군사합의의 세부 내용만을 따질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군 당국이 안일한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2일 북한의 시험 발사는 한반도의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북·미 회담이 파탄날 수도 있는 고강도 도발임이 분명하다”며 “우리가 북한 눈치만 보고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반복하는 사이 북한 공격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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