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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해 억울” 유서? VS 경찰, “사건 관계 없는 메모”…제주서 가족 4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자살 일러스트. 사건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자살 일러스트. 사건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지난 1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일가족, 한 방에 4명 나란히 누워 숨진채 발견 #교사, 아이 등교 않자 신고…발견땐 이미 숨져 #경찰 "타살 정황은 없어…사건 경위 조사 중"

제주 서부경찰서는 2일 “전날 제주시 연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8층에서 발견된 일가족 4명 사망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집에서는 남편 A씨(42)와 부인 B씨(44),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 아들 2명 등이 한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사다. 해당 교사는 이날 학생이 등교하지 않자 집을 찾았다가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명 모두 숨진 상태였다.

지난 1일 오후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연동의 아파트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연동의 아파트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도착할 당시 가족들은 모두 작은 방에 누워 있었으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도 놓여 있었다. 함께 발견된 메모 형식의 글 속에는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살 전 남긴 유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언제, 누구에게 남긴 글인지가 불분명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인 심리 등을 적은 글일 뿐이며, 유서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과의 연관성은 낮아보이며,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우편함에 꽂혀 있던 저축은행의 대출상환 독촉장과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A씨 가족 앞으로는 수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이 살던 아파트 역시 최근 8억원대에 경매에 부쳐졌다가 유찰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현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간 흔적이 보인다. 제주=최충일기자

지난 1일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현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간 흔적이 보인다. 제주=최충일기자

경찰은 현장에서 외부 출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시신에서도 특별한 외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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