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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년 수퍼파워 등극, 중국의 꿈은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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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화인민공화국 70년의 회상과 과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천안문 광장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등장한 가운데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천안문 광장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등장한 가운데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지금 중국은 성대한 고희(古稀)연을 열고 있다. 베이징 전람관에서 개최되는 ‘위대한 역정과 빛나는 성취’ 전시회, 천안문 광장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군중 공연이 그것이다. 지난 70년을 평가하면서 공산당은 ‘인류 역사에서 보기 드문 발전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자랑한다. 반면 호사가들은 공산당 통치도 끝이 보인다고 비아냥거린다. 멕시코의 제도혁명당이 71년(1929∼2000년), 소련공산당이 74년(1917∼91년), 대만의 국민당이 73년(1927∼2000년) 동안 통치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74년(1945∼2019년)이 된 조선노동당만이 남아 중국공산당과 버티기 경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역대 중국 왕조의 평균 수명이 70년인데, ‘공산당 왕조’가 그 시점에 도달했다. 어느 것이 중국의 진짜 모습일까.

10년주기 전세계적 위기 때마다 #도약의 기회로 삼아 G2로 부상 #민주 자유 정신적 풍요 이루고 #이웃과도 공영하는 중국몽 기대

중국은 공산당의 자랑처럼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다.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물게 거대한 인구의 빈곤 문제를 매우 빠르게 해결한 것이다. 예컨대 1978년부터 2018년까지 40년 동안 빈곤 인구가 7억7039만 명(인구의 82%)에서 1660만 명(인구의 1.2%)으로 대폭 줄었다. 올 연말에 이마저도 해결하면 14억 인구가 빈곤을 벗어나는 ‘전면적 소강(小康) 사회’가 달성된다. 공산당이 약속한 중국몽(中國夢)의 1단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국민의 삶도 좋아졌다. 1949년 35세에 불과했던 기대수명은 2018년 77세로 늘었고, 영아 사망률도 200‰에서 6.1‰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은 1952년 679억위안(元)에서 2018년 90조 위안으로 174배, 1인당 GDP는 119위안에서 6만 644위안으로 70배 증가했다.

굴욕의 100년 딛고 과거 지위 회복

국제적 지위도 높아졌다. 사실 지난 역사에서 중국은 항상 세계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경제 규모만 보아도, 당(唐)은 세계 GDP의 45%, 청(淸)은 30%를 차지했다고 한다. 중국은 글자 그대로 세계의 중심에 있던 초강대국이었다. 그러다가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건국까지 ‘굴욕의 100년(恥辱百年)’ 동안 ‘동아시아 병자(亞洲病夫)’로 세계열강의 조롱거리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건국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통치하는 G2로 불리고 있다. 과거의 지위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중국이 10년 주기로 일어난 전 세계적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가 2차 석유 파동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허덕이던 1978년 무렵에 중국은 개혁 개방을 시작하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0년 후 사회주의권이 붕괴할 때에는 더욱 과감한 시장 개혁을 추진하여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아시아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는 미국 다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G2의 반열에 올라섰다. 다시 10년이 흐른 2018년에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경제 전쟁을 통해 중국이 다시 도약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착각일까.

그렇다고 중국이 마냥 태평가(太平歌)를 부르며 배를 두드리고 있을 형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 후 70년이 지났지만 정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마오쩌둥의 일인 독재는 대재앙을 초래했다. 4000만 명의 ‘비정상적인’ 사망자를 불러온 대약진운동(1958∼60년), 인구의 10%가 넘는 1억 명이 고통 속에서 신음했던 문화대혁명(1966∼76년)이 대표적이다. 마오의 숙청에서 살아남은 덩샤오핑은 반성 속에서 체제를 정비해야만 했다. 1982년에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공산당 주석을 폐지하고 총서기를 신설한 것이나, 헌법에서 ‘공산당 영도’ 규정을 삭제한 것은 이런 통한의 반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집단지도(集體領導)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이것이 잘 운영되면서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었다.

시진핑 집권 후 되살아난 마오의 먹구름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공산당과 총서기에게로 권력이 다시 집중되고 사회와 기업에 대한 국가 통제가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인들은 ‘마오의 먹구름’이 중국 하늘을 뒤덮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눈빛으로 고희연을 바라보고 있다.

민족 통일의 과제도 해결이 요원하다. 베이징에서 70주년 경축 행사가 열리는 그 시각에 홍콩에서는 ‘애도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자랑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제도)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20여 년이 지났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생히 증명한다.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홍콩이 이런 상황인데, 대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만인 중에서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소수에 불과하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켜보면서 일국양제 방식의 통일에 대해 대만인들은 더욱 반감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공산당 일당제를 유지하면서 대만과 통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도 큰 부담이다.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소프트 파워(이념과 가치의 매력)는 말할 것도 없고, 하드 파워(경제력과 군사력)도 아직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트럼프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도 방법은 달랐어도 같은 전략을 추진했고, 내년 대선에서 설사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부 학자는 미·중 간 패권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향후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과거처럼 그렇게 빠르게 부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49년 GDP는 미국 2배로 될 전망

중국몽의 2단계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시 주석은 말한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에 버금가는 ‘현대화된 강국(super power)’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2049년에 중국은, 그리고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중국의 계획대로 2020년대는 4∼5%, 2030년대는 3∼4%로 성장한다면 2030년 무렵 GDP가 미국과 같아지고, 2049년에는 미국의 두 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유할 것이다. 군사력은 전 세계를 전장(戰場)으로 삼을 경우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국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런 전망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미 적절한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14년 중국의 GDP가 10조 달러를 넘어선 이후 성장은 내수와 투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세 인상 등 무역 제재만으로 성장을 막을 수 없다. 또한 중국은 멀리는 1990년대 중반, 가깝게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주혁신의 기치 아래 과학기술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이제는 상당한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 5G 분야를 선도하는 화웨이(華爲)의 질주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전쟁’이 중국의 성장을 꺾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만 소프트 파워는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전까지는 미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향후 30년 동안 미·중 패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들의 경쟁과 대립으로 인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은 순순히 패권을 놓을 생각이 없고, 중국은 미국의 뜻에 고분고분 따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이 군사적으로 대립할 경우, 대만해협, 남중국해와 함께 한반도가 쟁점 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미·중 양국과 모두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로서는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중국몽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것이 중국에 국력 증강 등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민주와 자유 등 정신적 풍요도 가져오는, 또한 중국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에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길몽(吉夢)이 되기를 희망한다. 73세에 생을 마감한 공자(孔子)는 이렇게 말했다. ‘70세가 되니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고희를 맞은 중국도 이런 삶을 꿈꾸기를 기대한다.

◆조영남 교수

2002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을 완간한데 이어 최근 『중국의 엘리트 정치: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를 펴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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