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송전으로 번진 LG화학-SK이노 전기차 배터리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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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 일본 기업 도레이인더스트리가 가세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한국 기업 간 소송전이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LG화학과 일본 도레이, SK이노 제소 # SK "합의서 위반, 강력하게 대응할 것"

LG화학이 지난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일본 도레이인더스트리(이하 도레이)는 원고에 LG화학과 같이 이름을 올렸다. 이 소장에서 LG화학과 도레이는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이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 배터리 소재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도레이가 분리막 공동특허권자로  특허 권리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 이번 소장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도레이가 이같은 특허를 활용해 분리막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2015년 도레이에 분리막 특허를 판매했고 이후부터 공동특허권자를 맡고 있다.

LG화학은 소장을 통해 주장한 침해 특허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미국 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 특허 2건 등이다. 이중 LG화학이 도레이와 공동특허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건 SRS 미국 특허 3건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이 2011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추가로 국내외에서 제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특허소송에 대해 합의서 위반을 포함해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전기차 배터리 특허 분쟁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 빼가기를 통해 영업 비밀도 함께 가져갔다고 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하는 국내 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제기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미 ITC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26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을 미 ITC와 연방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두 회사의 특허전은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16일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났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후 경찰이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양사의 대화 채널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업계에선 양사의 소송전이 ITC 판결이 나와야 멈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ITC가 공지한 일정에 따르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 4월 제기한 소송 완료 시점은 2020년 10월 5일이다. 소송은 서류와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 등이 내놓은 기술 개발 서류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대리인은 기술 개발 서류를 서로 교환한 다음 기술 침해 여부를 놓고 논박하는 과정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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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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