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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설계한 김광두 “만성 위기인데 정부가 역할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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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과 2008년 금융위기가 동맥경화였다면 지금은 골다공증ㆍ만성질환 같은 위기다. 서서히 구멍이 나고 있지만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고통을 느끼는 위기다. 그렇게 국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중심 경제, J노믹스’를 설계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6일 오후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좌담회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6일 오후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좌담회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26일 김광두 원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좌담회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에 참석해 권태신 한경연 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토론했다. 김 원장은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당장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민생지수는 평균 91.2로 노무현 정부 101.5, 이명박 정부 101.3, 박근혜 정부 97.8보다 대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민생지수란 국가미래연구원이 개발한 지표로 민생에 중요한 ^고용구조 ^고용의 질 ^소득 ^주택가격 ^주가 등 5개 항목을 긍정 요소로, ^식료품비 ^주거 광열비 ^교육비 ^기타 소비지출 ^세금 ^전세 가격 등 6개 항목을 부정 요소로 구성하고 가중치를 반영해 산출한다. 민생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 소득ㆍ자산의 증가보다 소비ㆍ비소비 지출이 더 빨리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이 재편되는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이 생존하겠다는 정도이지 현재 적극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개척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며 “노사관계 부담이나 반시장적 정치ㆍ사회 환경, 규제와 행정 비효율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국내엔 투자하지 않고 해외에서만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원장은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는 성과주의가 퇴조한 것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인데도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 원장은 “세계 경제질서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의)이데올로기는 분배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의사결정 능력과 집행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고 비전도 약하다”고 비판했다. 전쟁터에서 높은 지대에 올라 내려다보며 병력을 곳곳에 투입해야 하는데, 평지에서 눈앞에 보이는 국지전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재정확대를 하더라도 재정지출의 효울성을 높이고 현금이전 성격이 강한 복지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며 "제안서 잘 쓰면 정부 지원금이 나오니 제안서 써주는 컨설팅 업체만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로 정치권에서  경제 논의가 실종된 상황도 꼬집었다. “(정부와 국회가)경제에 무관심한 지 6주 됐다. 정치가 서로 대립하는 사이에 경제는 멍들고 있는데 내년에 총선까지 있어 한국 경제에서 구조적이고 근본적 변화는 당분간 어렵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주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탄력근로제의 산정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에서 수개월째 잠자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이어서 “시민단체가 반대하면 규제도 완화하지 못하고, 노조가 기업보다 더 강한 현재 경영환경도 기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 성장’에 대해 “정부 주도가 되면 통계적으로는 혁신된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혁신이 별로 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며 “이전 정부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을 하려면 먼저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인재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성과급 같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분위기 자체가 성과와 보상을 인정하는 제도가 취약해져 있어 혁신성장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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