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준비‧개발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내년부터 실전에 투입된다.
국산 독자 수치예보모델 'KIM' #내년부터 날씨 예보 맡게 돼 #측정값에서 미래 날씨 계산
기상청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 성과와 미래전략 토론회'를 열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실전투입 테스트를 1차로 완료했으며, 올 연말까지 2차 시험을 거친 뒤 내년부터 기상 예측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희 기상청 수치자료응용과장은 "분명히 기후가 변하고 있고, '기후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험하지 못했던 이례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상황을 민감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모든 날씨는 숫자로 표현된다
'수치예보'는 모든 기상 상황을 숫자 데이터로 확보해, 예보모델(프로그램)에 대입해 나오는 결과 숫자를 토대로 해석해 앞으로의 '날씨예보'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수치예보모델 'KIM(Korea Integrated Model)'은 KIM은 코딩언어 20만줄로 구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한 번의 예보를 내기 위해선 1억개의 데이터로 160조번의 계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0년 실전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10일치 예측 결과를 1시간 30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1시간 59분까지 단축한 상태다.
홍성유 기상청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장은 "국내 기상산업은 성장세를 보이나, 기상정보의 부가가치 형성이 덜 돼 있다"며 "수치예보 기술력은 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며, 현재 9위인 우리나라의 기상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기상 선진국에 대한 기술 종속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상산업은 농업·어업·유통 등 산업 전반에 영향력이 큰 만큼 수치예보모델 개발이 갖는 효과도 그 만큼 크다는 것이다.
대기층을 '육면체'로 파악하고 쪼개 분석…세계 최초 기술
이번 모델은 지구 전체의 대기를 3차원(3D) 격자모양으로 나눠 각 지점의 예측값을 샅샅이 분석하는 '육면체구(球) 전 지구 예측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영국 기상청(Met office)의 데일 바커 박사는 "2011년 한국 기상청과 처음 자체 모델 개발에 대해 논의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8년만에 한국 상황에 최적화된 고유한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세계적 기술력까지 갖췄다"며 "매우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예측모델, 숫자 '소화'해 예보 만드는 기술
날씨 예측의 정확도는 관측자료의 수준(정확도)이 32%, 예보관의 능력이 28%,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이 40%를 좌우한다.
원천 자료가 아무리 좋아도, 예보관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중간에서 자료를 ‘소화해’ 토해내는 수치예보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면 날씨 예측이 틀릴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기상청은 1997년부터 일본 모델(GSM)을, 2010년부터 영국 모델(UM)을 사용해왔다.
천리안 2A위성, 전국 관측망 확보 등으로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변수가 많은 한반도 기상상황에 딱 맞는 모델이 아니다보니 최종 결과의 오차가 꽤 컸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올해 시험투입때 KIM은 지난 7일 서해안을 지나간 태풍 링링의 이동경로를 비교적 정확히 맞췄고, 시간예측은 현재 모델보다 우수했다"며 "폭염 예측때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고, 전반적으로 현재 모델 수준과 유사한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 단장은 "한반도 날씨를 정확히 예상하려면 동북아 지리 지형에 맞는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개발하는 게 훨씬 유리하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할 수 있다"며 "KIM은 현재 사용 중인 영국모델과 1% 차이가 나는 정도로까지 정교해졌지만, 현재 85%인 기상예보 예측 수준 자체를 향상시키기 위해 계속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