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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디자이너가 한국 '조각보'에 반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17층에 위치한 톱 스위트 룸 내 자신이 디자인한 소파에 앉아 포즈를 취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트 분. 채도가 낮은 다양한 컬러를 이용해 공간을 꾸미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임현동 기자

17층에 위치한 톱 스위트 룸 내 자신이 디자인한 소파에 앉아 포즈를 취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트 분. 채도가 낮은 다양한 컬러를 이용해 공간을 꾸미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임현동 기자

지난 6일 압구정동에 호텔 ‘안다즈(Andaz) 서울 강남’이 오픈했다. 글로벌 호텔 그룹 하얏트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아시아에선 4번째, 국내엔 처음 소개된다. 안다즈는 ‘개인적인 스타일’을 의미하는 힌디어다. 똑같은 매뉴얼이 적용되는 기존 특급 호텔들과는 달리 주변 지역 문화와 트렌드를 접목해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서울·강남·압구정 그리고 럭셔리 키워드를 잘 녹여낸 인테리어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에트 분이 맡았다.

9월 개관한 호텔 '안다즈'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트 분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안다즈 서울 강남

안다즈가 추구하는 여행 철학은 여행지의 독특한 현지 문화를 충분히 몰입해서 즐기는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익숙한 삶의 향기를 느끼는 것. 때문에 호텔은 국제적 감각은 물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트를 풍성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영업 중인 전 세계 20여 개 안다즈 호텔이 저마다 다른 인테리어 디자인과 독특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이유다.
1982년 동명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 여러 글로벌 호텔과 럭셔리 레지던스 리조트 인테리어를 주로 담당해온 피에트 분은 도시의 주변 지역과 자신만의 디자인 감각을 조화시키기로 유명하다. 안다즈 서울 강남 인테리어의 주요한 디자인 키워드인 ‘조각보’ 역시 그가 찾아낸 것이다.

-‘조각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10년 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내 개인주택을 작업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와 패션  자료들을 많이 조사했다. 그때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조각보인데 패턴이 흥미로웠던 걸 기억한다. 2차원 평면의 공간 분할이 불규칙하면서도 조화롭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안다즈 객실들이 네모반듯하지 않고 사선인 것도 조각보의 영향인가.
조각보의 2D 패턴을 3D로 구현한 것이다. 호텔 객실 벽을 사선으로 디자인하면 처음 입구에 들어섰을 때 좁아보였던 실내가 점차 넓어지면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뀌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작은 공간의 한계를 드라마틱하게 해결하기 위한 묘수다.

안다즈는 5개의 식당과 바가 들어선 2층 다이닝 공간의 이름을 아예 ‘조각보’라고 지었다. 역시나 네모반듯하지 않고 비정형 사선으로 구성된 공간 구획이 눈에 띈다. 이곳이 더 특별해 보이는 건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장벽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프의 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으로 구성된 각각의 식당과 바 사이엔 벽과 문이 없다. 플로어 끝에서 끝까지 길을 가로막는 어떤 것에도 방해당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옮겨 다닐 수 있다.

한국의 '조각보'와 골목길에서 영감을 얻어 문과 벽이 없는 공간으로 구성한 안다즈 호텔 2층 다이닝 공간. [사진 안다즈]

한국의 '조각보'와 골목길에서 영감을 얻어 문과 벽이 없는 공간으로 구성한 안다즈 호텔 2층 다이닝 공간. [사진 안다즈]

-2층 다이닝 공간의 ‘베리어 프리’ 스타일이 흥미롭다.
벌써 10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청담동·신사동을 중심으로 강남 지역을 많이 돌아봤는데 뒷골목마다 독특한 맛집들이 숨어 있는 게 재밌었다. 골목을 하나 꺾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펼쳐지는 그 거리 느낌을 호텔 안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옮겨오고 싶었다.

피에트 분의 이런 ‘문화를 끌어들인 공간’ 전략은 안다즈의 ‘글로컬리제이션’과도 일맥상통한다. 세계적인 것을 뜻하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과 지역화를 뜻하는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을 혼합한 신조어로 호텔이 들어선 국가와 지역의 문화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내용이다. 실내 곳곳에 작은 갤러리 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설치해 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럭셔리 리조트 인테리어 작업을 많이 했다. 당신이 추구하는 공간 철학은 뭔가.
‘타임리스(timeless·시간을 초월한)’가 포인트다. 시간이 오래 지나 소파·카펫 등 몇 가지 요소를 교체해도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은 공간을 추구한다. 채도가 낮은 색감을 이용해 차분하면서도 간결하게 꾸미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정말 위대한 아름다움은 심플 & 고요 속에 있다.

-호텔 인테리어 요소로 화려한 꽃꽂이 병 대신 식물 화분을 들인 것도 눈에 띈다.
집처럼 자유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초록색 감성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소박하고 실용적인 화분이 좋다고 판단했다.

-지하 실내 수영장 벽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창문이 없는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었다. 영상으로라도 해가 뜨고 지면서 정원 나무의 빛깔이 달라지는 자연 풍경을 보게 하고 싶었다.

-당신의 집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 공간은 어딘가.
부엌이다. 요리를 하는 씽크대부터 식탁을 지나 테라스까지 동선과 시야를 탁 트이게 연결해 놓았다. 가족·손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크고 편안한 공간을 부엌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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