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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난리나도 '내부총질' 없다, 민주당 단일대오 4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당의 단일대오가 이렇게 잘 유지된 적이 없는 것 같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도 당내에서 ‘내부 총질’이 안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이날 의총에선 금태섭 의원 정도만 유일하게 조 장관 거취와 관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왜 민주당에선 조 장관에 대한 이견이 거의 표출되지 않는 것일까.

①공천이라는 목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총을 마치고 나가면서 “다선, 중진 의원이 많으니 지혜를 모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조 장관 관련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들은 금 의원, 박 의원, 김해영 의원 등 초선 의원이었다. 중진 의원은 침묵하거나, 아니면 조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다선 의원들은 당장 내년 총선에 나갈 수나 있을지 모르는데 조 장관에 대해 나서서 말하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원혜영 의원(5선)의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진 용퇴론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처럼 내년 공천이 불안한 상황에서 중진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조국 지키기’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금태섭 의원 비난 글 [게시판 캡처]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금태섭 의원 비난 글 [게시판 캡처]

②열혈 친문의 공격

의총에서 금 의원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금 의원을 향한 비난 글로 도배됐다. ‘금태섭을 출당시켜라’, ‘민주당은 금태섭을 진작에 정리했어야’, ‘금태섭 입 좀 다물지?’ 등의 제목의 글이다. “목표에 방해되는 의원이 있다면 쫓아내야 한다”, “당 차원에서 조 장관 가족처럼 금 의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탈탈 털어주길 바란다”는 글도 올라왔다. 금 의원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조 장관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가 친문(친 문재인) 지지자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극렬 친문 지지자의 공격은 민주당 의원들이 소신 발언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비문 의원은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 한번 받고 나면 당연히 발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공격이 당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금 의원은 “의원들이 ‘지지층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5년 12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중앙포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5년 12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중앙포토]

③분열의 트라우마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조 장관 관련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지 않는 이유를 19대 국회 경험에서 찾았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을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친문·비문·반문으로 나뉘어 난타전을 했다. 한 의원은 당시를 회고하며 “토론이 아니라 싸움이었다.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정론관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로를 비난했다”고 했다. 그 결과 당은 반문·비문 세력은 안철수 전 의원을 따라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박 의원은 “분당 과정에서 워낙 갈등이 격렬했다 보니 그런 사태를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민주당 의원들에겐 강하다. 특히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에 예민하다”고 말했다.

④친문 정당

2015년 말부터 시작된 반문·비문 세력의 탈당으로 민주당의 계파성이 더욱 친문 중심으로 통일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이라면 당 안에서 쓴소리할 법한 사람들이 이젠 당밖에 있다는 의미다. 많은 의원이 “조 장관에 대한 생각이 의원들 사이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조국 지키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다는 주장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친문 중심으로 재편이 다 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친문들의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한다면 당연히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는데, 굳이 누가 조 장관에 대해 쓴소리를 하겠느냐”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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