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병원 재정난에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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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병원들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있어 오는 2000년까지 약 2천7백개의 병원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한 연구보고서가 전망했다.
미국의 전국병원발전협회는 최근 공개한 이 보고서에서 개업중인 국내병원의 약 40%가 앞으로 11년 사이에 문을 닫거나 심리치료기관, 또는 약물남용치료센터 등으로 전업하게될 것으로 예측하고 금세기 말까지 병원숫자가 현재의6천8백개에서 4천1백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회의 맥긴리 화장은『대부분의 미국 병원들이 절박한 재정문제를 안고 있으며 현재 상황으로는 미국 내 병원의 50%이상이 경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병원발전협회는 지난 18개월 간에 걸쳐 2천3백50개의 회원 병원들을 조사한 결과 각 병원들이 이처럼 치명적인 재정위기에 몰리게 된 첫 번째 이유로 병원 유지비의 증가율이 전체수입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등 정부 의료보조비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미 연방정부가 지난83∼89년 사이에 각 병원에 지급한 의료보조비는 불과 13·1% 늘어난 반면, 병원유지비는 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재정악화의 두 번째 이유로는 외래환자의 증가 의료수가상의 제한규정, 그리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및 개인보험에 따른 입원규정의 변경사항 등으로 임원환자의 수가 지난 85년도8백70만명으로부터 금년도에는 약 8백40만명으로 줄어든 사실을 들 수 있다.
각 병원의 입원실 이용률은 지난 70년대 종반에는 75%였으나 지난해에는64·5%로 떨어졌다.
세 번째 이유는 병원 인건비의 상승과 함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점이다. 의사와 간호원 수가 줄어 듬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건비는 훨씬 높아지고 있다.
넷째, 진료상의 과오에 대한 의료소비자들의 높은 손해배상 청구로 많은 병원들이, 특히 산부인과를 비롯해 각종 치료에서 의료시술을 스스로 제한하게 된 것도 주요원인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1백개 군중21개군 병원에서 산부인과진료를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 협회는 공립이나 비영리 병원들의 경우 특히 심한 적자에 허덕인다고 밝히고 한 통계자료를 인용, 이러한 병원의 60%가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3천1백만명중 대부분이 이러한 병원들을 찾고 있으며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진료의 절반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런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입원환자수가 줄어들고 입원기간도 종전보다 짧아짐에 따라 지방병원의 경우 지난 80년 이후 86개소가 폐업했다.
맥긴리회장은『지방병원의 폐쇄는 그 지방으로서는 큰 재난』이라고 지적하면서 많은 인력의 고용주이기도 한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지역 경제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맥긴리회장은『우리가 아는 한 병원들이 사라져 가고있다』 고 경고하면서『병원에 들어서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의료비 지출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 병원의 재정형편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워싱턴UPI=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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