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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줄던 극단선택 9.7% 증가…“불황과 베르테르 효과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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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3년 이후 줄어들던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 9.7% 늘었다. 통계청은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24일 공개했다. 자살 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2017년보다 1207명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24.3명에서 26.6명으로 올랐다. 자살은 10~30대 젊은층의 사망원인 1위다. 40, 50대는 2위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24→27명 #정부 “작년 유명인 극단선택 많아” #전문가 “실업·분노사회 영향 #예방 예산 3000억으로 늘려야”

정부가 지난해 1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17명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거꾸로 갔다. 자살예방정책 예산은 2017년(99억원)에서 올해 218억원으로 늘렸고, 2020년(정부안) 289억원으로 늘리겠다지만 여전히 일본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겸임교수)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면서도 생명 존중에 여전히 투자가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다시 증가한 자살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다시 증가한 자살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정부는 ‘자살률 역주행’의 첫째 원인으로 유명인의 자살 모방(베르테르 효과)을 든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그간 자살예방정책이 효과를 내고 유명인 자살이 줄면서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지난해 1, 3, 7월에 유명인 자살이 발생해 상반기에 자살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증가율이 2.5% 정도로 떨어졌고 올 1~7월에는 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2005~2011년 자살 유명인 13명의 모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6.7명(최대 29.7명)이 따라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르테르 효과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적 문제, 건강 문제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취업률 저하, 경기침체 등 경제 상황 악화를 주목한다. 이동우 인제대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을거라고 본다. 최근 정권들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경제 문제를 풀지 못했고 안 좋은 상황이 오래가고 있다”며 “최근 만연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등에서 보듯 감정조절이 안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게 분노 범죄가 되고, 때로는 자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양두석 센터장은 “자영업자 도산이나 구조조정 기업 등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살률 증가의 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정부가 취약계층이나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펴야 한다. 자살예방 예산을 3000억원으로 늘리고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상설화해서 매일 점검하고 대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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