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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덕후를 위한 '미친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베이비 드라이버   [IMDb]

베이비 드라이버 [IMDb]

영국출신 영화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눈부신 각본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 아는게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덕력 판별용 영화가 바로 <베이비 드라이버>다.

줄거리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이런 사람에게 추천
끝장나는 OST를 듣고 싶은 분
<분노의 질주>로는 부족해!
주연, 조연, 단역까지 환상호흡이 보고싶다면

1. 이 영화를 보시기 전에 감독인 에드가 라이트(1974년 생)에 대해 알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에드가 라이트는 사실 TV각본가로 출발했습니다. 그 후 그가 만든 드라마가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들어오게 되었고 영국의 대표적 영화제작사인 워킹타이틀에서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헐리웃에 진출하게 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사진 홈페이지 ]

에드가 라이트 감독 [사진 홈페이지 ]

2. 헐리웃에 진출한 에드가 라이트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골수팬들을 양산하게 된 영화 한 편을 연출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스캇 필그림 vs 더 월드>라는 만화 원작의 영화입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그의 독창성은 빛을 발했지만 <스캇 필그림> 은 지금까지의 히어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보여주며 일반 관객과 영화 관계자 모두에게 주목받는 계기가 됩니다.

졸작 취급받았던 걸작, 스콧필그림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

졸작 취급받았던 걸작, 스콧필그림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

3. 그후 손을 댄 영화는 마블의 걸작 <앤트맨>이었지만 제작사와의 불화로 중도하차하게 됩니다. 앤트맨에서 하차한 후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에드가 라이트가 깜짝 선보인 영화가 바로 이 <베이비 드라이버>입니다. 이 영화는 에드가 라이트가 21살 때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을 들으며 자동차 추격전을 구상한걸 영화한 작품입니다. (참고: 에드가 라이트는 1974년생, 현재 나이 46세)

이 영화는 범죄 액션물의 탈을 쓴 음악영화다.  [사진 소니픽처 ]

이 영화는 범죄 액션물의 탈을 쓴 음악영화다. [사진 소니픽처 ]

4. 다시 <베이비 드라이버>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범죄 액션물의 탈을 쓴 음악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초반 은행강도 장면에서 나오는 존 스펜서 블루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부터 베이비가 커피를 사들고 애틀랜타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존 앤 얼의 ‘Harlem Shuffle’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초반 10분짜리 시퀀스는 지금까지 본 어떤 자동차 추격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5. 초반 시퀀스의 탁월함은 <라라랜드>의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드라이브>(2011)와 비교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가 배달꾼(드라이버) 주인공의 하드보일드 누아르라면 이 영화는 액티비티 한 범죄물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고 좋으셨다면 <드라이브>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음악이나 분위기, 내용에 있어서 손에 꼽는 수작입니다.

6. <베이비 드라이브>를 극찬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베이비가 모는 자동차가 평범한 스바루라는 점입니다. 이는 주인공이 대부분 슈퍼카를 운전하는, 헐리웃에 지배적인 자동차 영화 공식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아이템(자동차 or 업그레이드)빨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과연 자동차 영화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극한까지 보여줍니다.

베이비는 수퍼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차를 몬다.  [사진 소니픽처 ]

베이비는 수퍼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차를 몬다. [사진 소니픽처 ]

이런 재미는 자동차 영화의 대표적 시리즈인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초창기에나 볼 수 있었고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라이딩 빈>에서나 볼 수 있는 서커스 드라이빙인데 영화는 그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다이내믹합니다. 정말 영화내내 신출귀몰한 운전실력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의 전설적인 별칭인 ‘도로 위의 귀신(유령)’ 은 그냥 붙여진 게 아닙니다.

7. 더 놀라운 것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Bellbottoms’와 ‘Harlem Shuffle’의 박자와 리듬을 그대로 액션 또는 장면과 연계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가 막히게 이어지며 심지어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악들이 대사와 상황과 어울려 엄청난 시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초반에 음악영화라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장면의 이름 만담은 노래 가사와 어우러진다 [사진 소니픽처 ]

이 장면의 이름 만담은 노래 가사와 어우러진다 [사진 소니픽처 ]

이 영화는 감독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저 역시 이 영화의 주된 음악 컨셉이 마음에 들며 특히 1920-30년대 재즈와 1950-70년대의 모타운 펑크, 그루브 한 리듬의 재즈, 1980년대 록음악, 프로그레시브 음악들을 미친 듯이 사랑하기에 시종일관 즐겁게 봤습니다.

구기 르네의 ‘Smokie Joe’s La La‘, 칼라 토마스의 ’B-A-B-Y‘, 캐시미어 스테이지 밴드의 ’Kashmere‘, 데이브 브루벡의 ’Unsquare Dance‘, 포커스의 ’Hocus Focus‘,마샤 리브스의 ’Nowhere to Run‘, 영 MC의 ’Know How‘ 등등등... 진짜 OST의 퀄리티 엄청납니다.

8.배우들의 연기적 완성도나 서로의 호흡도 그냥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선 주인공으로 나오는 엔셀 엘고트는 <다이버전트> 시리즈에선 눈에 띄지 않았으나 <안녕, 헤이즐>에 출연하며 라이징 스타가 되었으며 여주인공 릴리 제임스는 <신데렐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영화에 출연하며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많은 남성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제이미 폭스, 존 햄, 에이사 곤잘레스는 인지도나 연기에 있어 두말할 필요 없이 좋습니다.

강도들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거야?  [사진 소니픽처 ]

강도들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거야? [사진 소니픽처 ]

더 재밌는 점은 여기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스스로 오마주하고 패러디하며 그것을 발견한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천재적인 각본과 연기의 완벽 호흡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9.결말부에 와선 기존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다시 환기시키는 장치가 등장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범죄자들을 탁월한 운전으로 이동시키는 배달꾼 역할을 했던 베이비에게 있어 최적의 권선징악 결말이라 할 수 있는데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어서 좋았습니다. 영화는 마치 더이상 시리즈가 없을 것처럼 깔끔하게 마감했지만 현재 헐리웃 소식에 따르면 소니픽처스의 권유로 에드가 라이트는 베이비 드라이버 속편의 각본을 완료하고 2020년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 합니다.

10.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장애인을 등장시키면서도 재미거리나 놀림 요소로 삼지않고,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도 않으며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여내 그들을 존중해 줬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양아버지(실제 청각장애인)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도 그렇고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설명도 그 묘사가 굉장히 탁월합니다. 쉽게 버려지는 캐릭터들도 모두 잘 살렸으며 단지 단역이었던 우체국 직원, 군인, 흑인 할머니 등등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도 좋았습니다.

양아버지인 '조셉'과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베이비' [사진 소니픽처]

양아버지인 '조셉'과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베이비' [사진 소니픽처]

<베이비 드라이버> 그냥 봐도 재밌지만 그야말로 아는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여러 영화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가 넘치고 음악 선곡은 퍼펙트 합니다. 감독의 덕력을 따라갈 수 있다면 아마 저처럼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극찬하실 겁니다.

글 by 김광혁 객원에디터


제목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연출    에드가 라이트
출연    엔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존 번탈 등
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IMDb 7.6  로튼토마토 93% 에디터  꿀잼


TMI

  1. 이름 개그와 언어개그도 많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오스틴 파워의 주인공인 마이크 마이어스 가면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강도행각을 벌이는 범죄단은 마이크 마이어스가 아니라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공포영화 할로윈시리즈의 살인마 가면을 원했던 것.
  2. 이 영화의 각본은 먼저 음악을 선정하고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총 10개의 음악을 선정해 먼저 이야기를 썼고 나중에 각본이 완료된후 나머지 음악을 채워넣었다고 함.
  3. 영화의 테크니컬 컨설턴트 중 한명인 조 로야는 90년대 초 은행강도 사건을 일으킨 본인으로 7년형을 선고받은적 있다.
  4. 제이미 폭스는 영화에서 ”“Barbra f*cking Streisand”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바바라 스트라이센트와 제이미 폭스는 친한사이. 2016년 바바라의 앵콜 앨범에서 둘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름.
  5. 모든 자동차 주행 장면은 CG나 시각효과의 도움없이 진짜로 촬영되었음
  6. 여주인공 데보라의 역할은 원래 엠마스톤이었지만 <라라랜드>촬영을 위해 중간에 포기했다고 함.
  7. 에드거 라이트 감독은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할 때 음악을 먼저 들려주고 노래 비트에 맞춰 움직이라고 했음. 실제 편집시에도 음악에 맞춰 대부분을 편집함.
  8. 영화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영화는 The Driver (1978), Aka chan Dorobo (1987), Blues Brothers (1980), Riding Bean (1989)
  9. 첫 장면이 지나가고 등장하는 오프닝 타이틀 장면에서 베이비가 커피숍을 걸어갈 때 ’BE Brass‘라는 악기점을 통과하는데 이때 나오는 음악이 Bob & Earl의 ’Harlem Shuffle‘입니다. ’BE‘라는 약자는 Bob & Earl에 대한 경의.
  10. ’Baby Diver‘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1964년 노래 제목.
(왓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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