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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만 와라" 이랬더니 대박 터진 AI 벼룩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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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월 300만명 이용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 인터뷰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서비스는 판교 지역서 시작했지만 이젠 전국민이 쓰는 중고거래 앱이 됐다. [사진 당근마켓]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서비스는 판교 지역서 시작했지만 이젠 전국민이 쓰는 중고거래 앱이 됐다. [사진 당근마켓]

구글플레이에 ‘중고’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250개 안팎의 앱이 검색된다. 종합 중고거래 앱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육아용품, 책 등 특정 분야 제품만 거래하는 앱까지 다양하다. 쓸모없어진 물건을 넘기려 하거나, 신품보다 싼 중고를 구하려는 이들이 그만큼 많단 얘기다.

[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 #쇼핑앱 1위 중고거래 ‘당근마켓’ #반경 6㎞ 거주 GPS로 인증 필수 #술·짝퉁·업자 물건은 AI가 잡아내 #월 300만명 방문, 거래액 500억원

 당근마켓(당신근처의 마켓을 줄임)은 수많은 중고거래 앱 가운데 요즘 가장 핫한 앱이다. 2015년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출시 된 이후 3년간 100만이 채 되지 않았던 월간 순 방문자(MAU) 수가 지난해 중반부터 가파른 J커브(J자 모양 급상승)를 그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방문자수는 314만명이며 한달 사이 올라온 거래글은 270만건에 달했다. 추정 거래액 규모는 500억원 안팎. 구글플레이 쇼핑 앱 부문에서도 1위로 올라선 지 오래다.

 상승세가 두드러지다 보니 쟁쟁한 벤처캐피탈(VC)의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68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지난 9일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투자 유치액은 480억원이다.

급증하는 당근마켓 월간 순방문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급증하는 당근마켓 월간 순방문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차고 넘치도록 많은 중고거래앱 가운데 당근마켓이 가장 ‘핫’해진 이유는 뭘까.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현(40) 대표는 “물건 거래보다는 콘텐트를 보는 재미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옛날 벼룩시장 가면 물건 사지 않고 ‘아이 쇼핑’만 해도 재미있는 것처럼 스마트폰 내에 볼 게 많은 벼룩시장을 구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쇼핑정보 앱 ‘쿠폰모아’를 서비스했던 씽크리얼스를 창업해 2012년 카카오에 매각한 김 대표는 이후 카카오플레이스, 카카오택시 등을 개발하다 같은 팀에 있던 김용현(41) 대표와 함께 2015년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같은 동네 사람끼리만 연결 

당근마켓 앱 화면                                        [사진 당근마켓]

당근마켓 앱 화면 [사진 당근마켓]

어떻게 보는 재미를 주나.
“우리는 사용자마다 철저히 개인화된 게시판을 노출해준다. 페이스북이 이용자마다 다른 글을 노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이용해 해당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물건에 대한 정보를 배열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면 육아 물품을 더 많이 노출시키는 식이다. 그래서 일반 쇼핑 앱 대비 체류 시간이 2~3배 길다. 어떤 쓸만한 물건이 올라왔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계속 접속한다는 이용자가 많다는 얘기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를 스마트폰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인증하고 나서야 거래가 가능하고 그 지역 인근(6㎞ 안팎)에 사는 사람들이 올린 중고물품만 볼 수 있다.

지역 기반 서비스인 점도 특이하다.
“출시 당시부터 실제 거주 지역 인근에 사는 사람들끼리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는 모바일 ‘벼룩시장’을 지향해왔다.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지만, 인근 주민 간 직거래 원칙은 여전히 지키고 있다. 지역을 한정하는 이유는 카카오에 있을 때 경험에 착안했다. 같은 회사 사람끼리라 믿고 거래하고 가격도 더 싸게 하더라. 그걸 동네 개념으로 치환했다. 마주칠 가능성이 더 높은 동네 주민끼리는 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래가 늘다 보니 10번 거래하면 한 번은 이전에 거래한 사람을 마주치기도 한다. 동네 범위도 AI가 정밀하게 지역 특성, 인구수, 이용자 성향 등을 고려해 최적의 범위로 연결한다.”  

짝퉁에서부터 술·담배까지 AI가 지켜본다 

당근마켓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이 판매금지 물품인 유명브랜드 모조품, 광고성 상품, 주류를 찾아내 판매를 못하게 막고 있다.

당근마켓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이 판매금지 물품인 유명브랜드 모조품, 광고성 상품, 주류를 찾아내 판매를 못하게 막고 있다.

AI가 상당히 많이 활용된다.
“거래 금지 물품을 걸러내는 것도 AI가 한다. 술·담배·동물이 대표적이다. 머신러닝으로 AI를 학습시켜 관련 사진을 찾아내 거래를 못 하게 막는다.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가방 모조품(짝퉁)도 AI가 잡아낸다. 일반인들의 중고 거래가 아닌 상업적 광고 글, 사기성 글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270만개 이상 글이 올라오는데 이걸 일일이 사람이 걸러낼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AI 기술을 고도화시켰다. AI 기술이 중요하다 보니 직원 30여명 중 개발자가 22명이다.”
동네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현재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은 ‘맘 카페’ 아닌가. 우리는 맘 카페가 지역 내에서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도시화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고자 하는 수요는 언제나 있다.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사람뿐 아니라 취미 생활, 맛집 정보 등 동네 사람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이어주기 위해 ‘동네 생활’ 피드를 만들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 소재 당근마켓 사무실. 목요일은 재택근무의 날이라 직원들이 대부분 회사로 나오지 않았다. 박민제 기자

지난 19일 서울 강남 소재 당근마켓 사무실. 목요일은 재택근무의 날이라 직원들이 대부분 회사로 나오지 않았다. 박민제 기자

중고거래 앱인데 한달 300만명이나 찾는 이유는.
“맘 카페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광고 글이 아닌 실제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이용해보고 난 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너무 광고성 글이 많기 때문에 폐쇄형 카페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다. 그런 점을 고려해 당근마켓에선 GPS로 동네사람 인증을 해야 관련 글을 쓸 수 있고 볼 수 있게 했다. 서울에 있는 사는 사람이 제주도에 여러 차례 가서 광고 글을 올릴 수 없지 않나. 그렇게 믿을 만한 생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강아지 산책시킬 사람을 구하거나 독서 모임을 할 사람을 구할 때도 우리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해당 지역 내 자영업자들의 정보도 게시한다. 여기도 동네 인증받은 사람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리뷰가 나올 수 있다. 궁극적으론 해당 지역에서 물건뿐 아니라 유무형 서비스까지 모든 걸 연결해주는 ‘지역 플랫폼’으로 당근마켓을 키워가고 싶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판교소식]브런치, ‘작가, 신인류의 탄생’ 전시 개최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는 가구 브랜드 데스커와 함께 ‘데스커X브런치 전시 콜라보레이션-작가, 신인류의 탄생’을 개최한다.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수상작 출간을 기념해서다.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데스커 시그니쳐 스토어에서 열린다. 수상작 출간 도서 전시 뿐만 아니라 수상작가의 릴레이 북토크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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