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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대 위기”…비상경영 체제 돌입하는 항공업계

중앙일보

입력

이스타항공의 B737-MAX8.

이스타항공의 B737-MAX8.

연이은 악재로 위기에 직면한 항공업계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반일감정 심화로 매출 비중이 높은 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하는 데다 국제유가 폭등과 같은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누적 적자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극복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최근 누적적자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등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17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지난 16일 사내 게시판에 최종구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담화문이 올라왔다. 최 사장은 담화문에서 “대내외 항공시장 여건악화로 창사 이래 위기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까지 누적적자만 수백억 원으로 지금의 상황이 지속한다면 회사의 존립이 심각히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극복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통이 수반된다”며 “고통 분담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회사 차원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직원 여러분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스타항공은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 TF팀을 구성해 단계별로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하고 TF팀을 중심으로 상황별, 분야별로 준비된 대응방안을 전사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시민들의 자발적 일본여행 중단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국내 항공사의 일본행 항공기 탑승 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시민들의 자발적 일본여행 중단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국내 항공사의 일본행 항공기 탑승 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의 비상경영 체제 전환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여행객 감소와 맥스 8 기종의 운항 정지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은 9월부터 인천-이바라키 등 3개 일본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일부 일본 노선을 감편 운항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노선 축소에 나선 것이다. 일본 노선 감소는 직원 무급휴직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잉사의 최신 기종인 B737-맥스 8 2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항공기의 추락 사고가 이어지면서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맥스 8의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TV]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TV]

항공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예견돼 있었다는 반응이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노선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10월부터 일부 국내선 화물 운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내 매각 작업 완료를 위해 조직을 정비해 몸값 높이기에 나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직원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사 자구 노력에 전 직원이 동참하는 차원에서 무급휴직을 확대 시행하게 됐다”면서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일부 직종은 무급휴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국내 항공수요가 둔화하는 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로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노선 수요 급감의 장기화, 국제유가 폭등과 같은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항공업계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이라며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국적 항공사 전반에 걸쳐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통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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