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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뉴욕행 vs. 조용한 제3국?…국무부 “우린 준비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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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9월 하순 8개월 만에 재개되는 실무협상이 최 부상이 나설지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9월 하순 8개월 만에 재개되는 실무협상이 최 부상이 나설지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만나겠다”고 화답하면서 북ㆍ미 실무협상 조율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퇴장 이후 위상이 높아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상대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나설지,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일지 관건이다. 유엔총회 기간에 맞춰 뉴욕을 방문할지와 조용한 제3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집중 협상’을 벌일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한다.

"비건, 복수 선택지 北에 제시 조율 중, #최선희·김명길 협상대표 누군지 몰라" #'탐색전''집중 협상'따라 장소 변할 듯, #비건, 스웨덴 등 유럽 제3국 협상 선호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15일(현지시간)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실무협상 시간ㆍ장소에 대해 복수의 옵션을 최선희 부상에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간ㆍ장소는 물론 최선희 부상이 협상 대표인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가 나설지도 답변이 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다. 최선희 부상이 지난 9일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 앉겠다고 한 지 일주일 넘게 물밑 조율이 진행 중이란 뜻이다.

국무부 관계자도 중앙일보에 “발표할 북·미 회담 일정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신 “9월 하순에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재무부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조직 세 곳을 제재한 것이 제재ㆍ압박을 계속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의도다.

양측은 장소는 각각 평양과 워싱턴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고 한다. 특히 북한뿐 아니라 비건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에게 실시간 협상 내용을 보고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초 평양 실무협상처럼 미국은 본부와 소통할 수 없는 일방적 조건은 안 된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판문점도 워싱턴과의 시차와 서울 주한대사관과 한 시간 이상 거리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실무협상 전략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처럼 정상회담 일정만 논의하거나, 미국의 입장을 탐색만 하면 짧은 회담에 그칠 수도 있다. 이 경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월 워싱턴을 방문해 하노이 회담을 합의했던 것처럼 최 부상이 유엔총회 기간 뉴욕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최 부상은 지난 9일 담화에서 “어렵게 열리는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다시 만지작거린다면 거래는 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비건 대표가 선호하는 방식은 ‘영변+알파(α)’ 포괄적인 핵 동결과 체제 보장 방안을 놓고 합의할 때까지 집중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지난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선 “일단 우리가 집중 협상을 시작하면 양국 관계를 적대적 위치에서 승격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와 더 나은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다”며 "남북의 체제를 모두 보장할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 경우 양국 간 시차가 비슷한 스웨덴·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조용한 유럽 3국일 가능성이 크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지난 1월 19~22일 스톡홀름 외곽 리조트에서 ‘1ㆍ5 트랙(반관반민)’ 대화 형식으로 3박 4일 합숙 토론을 벌인 적도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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