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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 광고로 수익 60%↑ …대학생들의 똑똑한 사회공헌

중앙일보

입력

김지성(71)씨는 3년 전부터 리어카에 광고를 붙여 매달 7만원의 광고비를 받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손수레 광고를 중개한다. 김태호 기자

김지성(71)씨는 3년 전부터 리어카에 광고를 붙여 매달 7만원의 광고비를 받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손수레 광고를 중개한다. 김태호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봉천동에서 만난 폐지 상인 김지성(71)씨. 그의 손수레 옆면에는 금연광고와 관악구 축제홍보 광고가 붙어있었다.

[대학별곡⑪]

김씨는 손수레에 광고를 붙여 한 달에 7만원을 번다. 매일 12시간씩 폐지를 모아 팔면 한 달에 12만원을 버는데, 손수레 광고비 덕분에 수입이 늘었다. 3년 전부터 손수레에 광고를 붙인 김씨는 “주변에서 왜 광고를 붙였냐고 물으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광고내용 설명도 한다”고 말했다.

손수레 광고를 붙인 건 3년 전이다. 서울대 학생 4명이 모여 손수레 광고 프로젝트 ‘끌림’을 시작했다. 끌림 매니저 정우경(23)씨는 “당시 폐지 값이 내려가 어르신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사업을 시작했다”며 “사회복지·경영학을 같이 공부하며 사회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풀어보자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끌림이 운영하는 광고 붙인 손수레는 20대다. 끌림 소속 학생들이 광고 수주 영업을 한다. 이밖에 의정부·부산 등에도 150대가 더 있다. 광고주는 15곳이다. 재계약률은 45%로 광고주 만족도가 높다는 게 끌림의 설명이다.

노인 일자리 늘리고, 물품 공유까지

어르신 일자리 마련에 나선 학생들도 있다. 어르신들을 택배 배송 요원으로 고용하는 실버 택배 플랫폼 ‘두드림’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앱·웹페이지를 만들고 택배주문을 받는다. 주문지와 가장 가까운 시니어 클럽(지역 노인 복지 기관)에 배송요청이 들어가면 지정된 실버택배원이 지정돼 배달한다. 어르신 50여명이 참여한다.

하루 배달 건수는 150건 정도다. 건당 배송비는 평균 8000원. 두드림 프로젝트는 시니어 클럽 5곳과 제휴를 맺었다. 추가 제휴도 진행 중이다.

5월 시작한 두드림은 10월에 회사로 거듭난다. 프로젝트 책임자 김민정(20)매니저는 “가장 오래 참여한 시니어 클럽은 수입이 약 3배 늘었다”며 “어르신들이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바깥 활동도 하고 용돈도 벌어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이 밖에 취약계층과 식품유통업체의 여유 식품을 연결해주는 ‘다인테이블’ 프로젝트는 유통기한이 절반 이상 지난 식품을 정가의 60% 가격으로 판매한다.

악기공유플랫폼 '받아쓰기' [홈페이지 캡처]

악기공유플랫폼 '받아쓰기' [홈페이지 캡처]

물건·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아이디어도 사업화했다. 연세대생들이 만든 ‘받아쓰기’ 프로젝트는 악기가 필요한 사람과 낙원상가 악기상점을 연결해준다.

3월 말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80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낙원상가에서 악기상점을 운영하는 김인영(33)씨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악기가 필요한데, 사거나 지인에게 빌리기 힘든 사람들이 서비스를 찾는다”며 “찾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세현(22) 받아쓰기 매니저는 “품질이 보장된 낙원상가 악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상가 악기상점에서 관리를 맡아 서비스 품질유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똑똑한 사회공헌에 기업·학교 지원 늘어

‘돈 벌어주는’ 사회공헌사업에 학생들이 나서자 기업·학교의 관심도 커졌다. 연세대는 ‘받아쓰기’프로젝트 사업에 필요한 회의공간과 25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학교 외부의 한 재단은 공모를 통해 사업비 2000만원을 ‘받아쓰기’사업에 지원했다.
서울대 ‘끌림’을 이끄는 정우경 매니저는 “자동차 회사에서 전동 손수레를 보급하자는 협업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며 “기업이나 단체가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문의를 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라진 학생들의 가치추구 방식에 주목한다. 장종철 제일기획 비즈니스앤서팀장은 “기업들이 사회가치 실현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런 활동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협업에도 관심이 커졌다”며 “기업은 새로운 타깃인 밀레니얼 세대를 고객·파트너로 생각하고 다양한 브랜드 활동을 함께 펼치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대학생들이 농촌활동·야학 등 봉사형식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가치창출에 관심이 커졌다”며 “스펙 쌓기와 사회적 가치실현을 결합한 활동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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