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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업권 침해 안한다"던 조국, 또 서울대 휴직원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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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후보자시절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후보자시절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 임명된 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전화를 걸어 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 임명 뒤 전화로 밝혀, 9일 팩스로 휴직원 제출

조 장관은 이날 서울대에 팩스로 교수직 휴직원과 장관 업무 관련 공문을 보내 교수직을 휴직을 신청했다.

조국 복직 6주만에 서울대 또다시 휴직원  

지난 2일 조 장관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간 휴직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준다는 점을 알고있다"며 "저를 둘러싼 논란이 종료된 뒤 정부와 학교에 상의해 수업권에 과도한 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사직 의사를 비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조 장관은 지난 7월 말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서울대에 복직원을 낸지 6주만에 장관에 임명되자 또 다시 휴직원을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법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오늘 조 장관에 대한 서울대 인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간담회에서 그렇게 말해 그만둘 줄 알았는데 휴직원을 냈다는 소식에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 "조국 말한 것과 달라 당황"

이 교수는 "본인의 발언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교수직을) 그만두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님의 서울대 휴직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및 동문들이 9일 저녁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서울대학교 학생 및 동문들이 9일 저녁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서울대는 가능하면 이날 교수 인사심의위원회와 총장 승인을 거쳐 조 장관의 휴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서울대 학칙과 법률상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서울대 교수 휴직의 제한 연한은 없다.

서울대 관계자는 "임명직 공무원에 선출된 서울대 교수의 휴직이 거부된 전례는 없다"며 "조 장관에 대한 휴직 여부도 이르면 오늘 안에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휴직 3년이상 이어질 듯 

이번 휴직이 받아들여지면 조 장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뒤 서울대 교수직을 2년 4개월째 떠나게 되는 셈이 된다.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휴직 기한이 3~4년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법학관 건물에 보수 성향의 서울대 학생 모임인 '서울대 트루스 포럼'이 서울대로 복직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뉴스1]

지난달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법학관 건물에 보수 성향의 서울대 학생 모임인 '서울대 트루스 포럼'이 서울대로 복직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뉴스1]

조 장관이 휴직원을 제출한 이상 서울대는 조 장관의 전문분야인 형사법 전문 교수를 채용할 수 없다.

서울대 법대 사정에 정통한 한 서울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조 장관이 학교를 떠난 뒤 남은 서울대 형법 교수들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100여명이 넘는 학생을 한 교실에 앉혀놓고 어렵게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 "폴리페서 내로남불" 

조 장관의 휴직 여부는 그가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서울대에 복직원을 냈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도 법무부 장관 지명이 유력했던 상황이라 지금처럼 휴직원을 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교수 시절 정치권에 뛰어든 서울대 교수들을 '폴리페서'라 규정하며 비판한 것도 내로남불 논란을 낳았다.

한 서울대 학생은 지난 7월 26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학생은 "민정수석으로 학교를 2년 2개월 비운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을 하면 최소 1년은 더 비울 것이고 평소 폴리페서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내로남불 폴리페서 물러나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고 수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및 동문들이 9일 저녁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이날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대학교 학생 및 동문들이 9일 저녁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이날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후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선 조 장관의 교수직 사퇴에 이어 법무부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지난 9일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촛불집회가 열렸다.

조국 "법적 문제 없어→비판 새겨 듣겠다" 

조 장관은 자신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보도가 있기 전인 지난달 1일 페이스북에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이고 서울대 복직은 철저히 법률과 학칙에 따른 행위"라며 과거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은 교수들의 이름을 나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달 2일 기자간담회에선 "서울대학교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서 저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 들을 것"이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조국 장관이 페이스북에 폴리페서 논란 관련 입장을 밝힌 글. [조국 페이스북]

조국 장관이 페이스북에 폴리페서 논란 관련 입장을 밝힌 글. [조국 페이스북]

일각에선 현재 선출직 공무원에 임명될 경우 교수직 사퇴를 강제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을 임명직 공무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경우 정부의 임명직 공무원 인재풀이 지나치게 좁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공수처) 법안 통과를 마무리지은 뒤 장관직을 떠나 학교나 정치권으로 갈 가능성에 휴직원을 제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이 이번 학기만 학교를 떠나게 될 경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과도한 수업권 침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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