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사상 최고치 갈아치우더니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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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가득 찬 설명회장. [연합뉴스]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가득 찬 설명회장. [연합뉴스]

정부가 근로자와 사용자로부터 걷는 고용보험료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23.1% 올리기로 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올해 들어 거의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용보험 재정상태가 나빠지자 다시 근로자의 쌈짓돈을 갹출해 보충하는 셈이다.

국무회의, 고용보험료 23% 인상 의결 #실업급여 고갈 위험 처하자 궁여지책 #"근로자 쌈짓돈 더 걷어 정책 실패 덮으려는 꼴"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10월부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1.6%로 인상한다. 이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격하게 증가해 고용보험 기금 중 실업급여 계정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고용보험기금 임금 근로자 실업급여 계정 기준선 전망 및 재정 전망(2019~2040년)'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계정은 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5201억원인 적립금이 5년 뒤인 2024년엔 모두 고갈된다. 실업급여 줄 돈이 없어져 근로자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은 8개월 동안 6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고용 한파에 따른 실업자 증가가 주요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실업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100만명 대를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올해 1~8월 지급된 구직급여액이 5조5412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구직급여는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칫하면 올해 안에 고갈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기업에 대한 강력한 고용규제와 근로감독 등 고용 탄력성을 위협하는 정책이 실업급여 고갈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쌈짓돈으로 이런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정책을 경계하고, 고용시장의 활력을 꾀할 수 있는 정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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