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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친환경 제품 개발에 집중, 종이 가구업계의 이케아가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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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하는 에코디자인 기업을 찾아라
① 종이 침대 프레임, 페이퍼팝

침대 프레임, 책장·의자 같은 #종이로 만든 가구 40여 가지 #해외 시장 진출 차분히 준비

글 싣는 순서
① 종이 침대 프레임, 페이퍼팝
② 시니어용 공기정화기, 도시광부
③ 완충재 필요 없는 택배 박스,날개박스

태평양에 거대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 지구촌에서 흘러나온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괴물 같은 섬이다. 면적이 한반도(22만㎢)의 7배가 넘는다. 게다가 해마다 800만t 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어 미세 플라스틱이 이미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하려는 에코디자인 기반의 기업을 찾아가 자연과 인간의 상생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본다. 첫 회로 ‘종이 가구’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페이퍼팝의 박대희(33) 대표를 만났다.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페이퍼팝이라는 회사명이 재미있다.

“종이(paper)에 팝아트의 팝(pop)이 더해졌다. 팝은 ‘빵 터지다’라는 의미인데 종이 제품을 대중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조선시대에는 종이 공예가 발전했지만 중밀도 섬유판인 MDF 등 합성 제품에 밀려 많이 사라졌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유럽 등지에서 종이 소재 가공이 부각되고 있다. 박스 회사에 다니면서 종이에 관심이 많았는데 2011년 독일에서 포장 전시회인 인터팩(interpack)을 둘러보면서 영감을 얻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거기서 종이 책장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종이 가구가 다양하게 사용되는 실상을 보게 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이재민 대피소에 마련된 종이 박스 침대가 박 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건축가인 시게루는 종이와 천으로 가설 주택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2014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그는 과학적인 구조설계를 통해 종이로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환경 친화적 종이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도 이와 같은 신념으로 종이의 잠재력을 찾고 있다.

종이로 침대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하다.

“골판지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종이 가구는 1970년대 프랭크 게리가 먼저 제안했던 아트 상품이다. 과거엔 골판지 양산 기술이 미흡했지만 21세 들어 골판지 강도가 강해졌다. 소재도 튼튼해지고 가공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 블록의 포장재로 활용되거나 문짝에도 종이가 들어갈 정도가 됐다. 강화 골판지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상품 제작이 가능해졌다. 동일본 대지진 때 종이 침대를 처음 봤고 1인 가구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란 영감을 얻었다.”

종이 침대 프레임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가볍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종이 침대 프레임의 무게는 9kg정도다. 성인이면 누구든 쉽게 들 수 있다. 조립도 간편하다. 종이 가구는 모두 DIY(제작·수리·장식을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것)가 가능하다. 혼자 10분 내 조립이 가능해 공구도 설치기사도 필요 없다. T자형 플라스틱 연결 부재로 고정시키면 쉽게 조립할 수 있다. 싱글에서 킹 사이즈로 변형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리폼도 가능하다. 배송비(4000원 정도)도 저렴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구인가.

“1인 가구를 주 소비층으로 잡았다. 1인 가구는 이사할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 폐기 비용 지출에 부담을 크게 느낀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친환경적인 종이 가구를 떠올리게 됐다. 종이 가구는 분리할 수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재활용도 가능해 버리기 쉽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어 1인 가구에 유용하다. ”

종이가 진짜 튼튼할까 의구심이 있다.

“우리도 그런 의구심을 가졌으며 세가지 해결 방법으로 풀었다. 일단 튼튼한 종이를 사용한다. 강화 골판지는 화물 포장에 사용될 정도로 튼튼하다. 두 번째는 하중 분산 구조다. 하중을 300kg 이상 견뎌내 성인 3명이 침대에서 뛰어도 문제가 없다. 디자인에 신경 쓰기보단 가볍게 쓰고 버리도록 실용성에 초점을 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페이퍼팝은 책장·침대·종이 의자 등 40여 가지의 종이 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특별한 종이 가구가 있다면.

“붙박이 가구 외에는 1인 가구에 필요한 책상과 옷장 등도 종이로 만들 수 있다. 차차 출시할 계획이다. 전 세계인이 이용하게 만들고 싶다. 아마존에서 ‘캣 펀치’라는 제품 판매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판매 10위 안에 들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역량을 더 쌓은 후 해외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친환경 소재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종이로 만든 이케아’ 기업이 되겠다. 환경 가치를 내세우는 지속 가능한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코디자인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하고 있다. 에코디자인 지원사업 참여 기업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돕는 것이 목표다. 절차는 에코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3개 기업을 선정하고 10월까지 국내외 펀딩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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